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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구,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내집마련 성공한 美 웹툰작가 메시지

최민지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준구, 사실 네가 한국에선 웹툰 작가로 일하면 집과 빌딩을 살 수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어. 오늘 집 계약을 했고, 계약 순간에 너의 말이 떠오르더라.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미국 1세대 웹툰작가로부터 받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회상했다.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네이버가 미국 웹툰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들었을 때 함께 일하던 작가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영어서비스를 시작하고, 2016년 웹툰엔터테인먼트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외국인이 쉽게 마음을 열기엔, 당시 네이버는 미국에서 생소한 기업이었다. 이에 김준구 대표는 미국 작가를 한국으로 초청해 그린팩토리 본사를 견학하고, ‘실존’하는 회사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때 김 대표는 “한국에서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살아남은 작가라면, 3년이 지나면 집을 사고, 이후엔 빌딩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온 작가는 “나도 집을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물었고, 김 대표는 “그럼”이라고 화답했다.

물론, 이 작가는 마음 속으로 김 대표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그는 네이버웹툰 수익을 통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울컥한다. 한국에서 해냈던 성공 히스토리가 미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교사, 회계사, 의사 등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춘 이들이 웹툰 전업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경제적 보상이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인데, 그런 위상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7월 미국 웹툰 작가 수익을 첫 공개했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 이후 총 2700만달러(한화 약 340억원)을 북미 웹툰 작가에게 지급했으며, 월 평균 100만달러(10억원) 이상을 작가에게 제공했다. 2019년 북미에서 작가 수익창출 프로그램 도입 초기보다 75% 증가했다.

관련해 포브스(Forbes)는 “창작자와 작가에게 (수익배분에 있어서)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이쪽 산업에서 이 결과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소식”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물론, 네이버웹툰 한국 작가들 수익이 아직 더 크다. 2021년 8월 네이버웹툰 발표에 따르면 전체 작가 연평균 수익은 2억8000만원, 1년 내 데뷔한 신인 작가 연간 환산 수익 평균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당시 기준으로 12개월간 124억원을 네이버웹툰으로 번 작가도 있었다.

네이버웹툰은 미국도 한국처럼 웹툰시장이 커질수록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 구축한 창작자 수익 모델을 북미에서도 정착시켜, 파트너 성장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를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창작자들이 네이버웹툰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은 기존 업계 관행을 탈피하고, 정당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해 접근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콘텐츠 가이(guy)가 공대생이었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엄청나다”라며 “친분이 있고 작가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원고료를 책정하지 않고, 여러 데이터를 통해 작가에게 이 정도 금액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콘텐츠를 선별하는 과정도 플랫폼이 아닌 사용자에게 달렸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캔버스’를 활성화시켰다. 현재까지 캔버스 영어 서비스에는 약 12만명이 넘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등록했다. 미국에서 정식 연재되는 콘텐츠 절반 이상이 캔버스에서 나온 작품이다.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캔버스에서 활동하면, 이용자들이 이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검증이 된다. 캔버스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와 작가가 ‘프로’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사용자가 콘텐츠 추천에 핵심 역할을 하고, 네이버웹툰은 프로듀싱과 지원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캔버스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영어권 작가들이 웹툰에서 의미있는 창작 활동을 글로벌로 펼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해 7월 ‘아이스너 어워드’ ‘베스트 웹코믹’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10월 ‘하비 어워드’와 ‘링고 어워드’에서 각각 ‘올해의 디지털북’과 ‘베스트 웹코믹’ 부문을 수상한 웹툰 ‘로어 올림푸스’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는 뉴질랜드에서 거주한다.

김 대표는 “캔버스 플랫폼이 있기에 미국의 수많은 주에서 살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고, 다른 영어권 국가 크리에이터도 모일 수 있다”며 “뉴질랜드 작가가 한국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고, 미국 사용자들이 반응해 흥행한 후, 한국과 프랑스 등으로 진출했다는 글로벌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부연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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