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최윤호 방문 2달 만에 40조 잭팟"…포스코케미칼, 고객 다변화 숙원 해소 [종합]

김도현
- LG엔솔 이어 삼성SDI 양극재 수주
- 10년간 40조원 규모…NCA 양극재 공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포스코케미칼이 기념비적인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상 최대 및 최장 규모다. 삼성SDI와 처음으로 양극재 거래를 트면서 고객사 다변화라는 숙제도 해결하게 됐다.

30일 포스코케미칼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삼성SDI에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금액은 4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회사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NCA 양극재는 삼원계 배터리에서 많이 쓰이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에서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조합한 제품이다. NCM에서 니켈은 에너지밀도, 코발트와 망간은 안정성에 관여한다. 최근 니켈 함량이 높아지고 나머지 소재 비중이 줄면서 폭발 위험이 올라간 상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되는 것이 알루미늄이다.

현재 NCA 양극재를 사용하는 배터리 제조사는 삼성SDI와 일본 파나소닉 정도다. 그동안 양사는 각각 에코프로비엠, 일본 스미토모를 메인 협력사로 뒀다.

이번 계약은 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의존도가 높았다. 지난해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GM 합작사)를 고객사로 맞이했으나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것과 다름없다. 제품군도 LG에너지솔루션에 맞춰 NCM 또는 NCMA 양극재가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NCMA는 NCM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소재다.
삼성SDI는 지난해 헝가리 2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NCA 양극재를 투입하는 P5(젠5) 배터리 물량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소재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했다. 스미토모는 파나소닉에 집중하는 만큼 포스코케미칼과 협력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P5에는 니켈 함량 88% 이상, 차기 제품인 P6(젠6)에는 니켈 함량 91% 이상 NCA 양극재가 들어간다. 포스코케미칼은 고객 수요에 맞춰 소재생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양사 동맹은 전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NCA 양극재 개발에 속도를 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제한적인 만큼 삼성SDI와의 협업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작년 11월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포스코케미칼 사업장을 찾아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2달 만에 배터리 업계에서도 전례 없는 빅딜이 이뤄진 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경북 포항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1단계 3만톤, 2단계 3만톤 규모 투자가 계획된 상태로 각각 2023년 하반기, 2025년 완공 예정이다. 1라인은 얼티엄셀즈 위주로 이뤄지고 2라인부터 삼성SDI 물량이 대거 제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북미, 유럽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도 NCA 양극재가 양산될 수 있다.

당초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NCA 양극재 생산능력(캐파)을 연 5만톤 내외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계약으로 캐파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6월 포스코홀딩스는 SK온과 2차전지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향후 포스코케미칼과 SK온 간 양극재 거래를 유추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3사 외에도 GM, 모로우배터리 등과 손을 잡으면서 고객사 다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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