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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빅테크 無”…무늬만 디지털 선진국 되지 않으려면?

이나연
-인기협 주최, 더 좋은 플랫폼 생태계 포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전 세계 경제가 플랫폼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규제 입법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학계는 국내 플랫폼 경쟁력이 양질의 생태계 형성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루비홀에서 ‘플랫폼 생태계의 국내외 현황과 전략 모색’을 주제로 한 ‘더 좋은 플랫폼 생태계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이 정말 디지털 선진국인가에 의문을 던졌다. 강형구 교수는 “무늬만 디지털 선진국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는 곧 수많은 플랫폼(기업)의 플랫폼을 의미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한국 빅테크라고 하는데, 해외 기준으론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운영자는 생태계 내 시장 설계자와 규제기관으로서 역량이 필수인데, 국내 플랫폼들은 이런 체계를 규제하는 시스템에 아무런 대외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한국에서 빅테크가 탄생하려면 개별 기업 힘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강 교수 주장이다. 그는 디지털 강국이 되기 위해 기술·경제적 특성에 기반한 ‘시장전략’뿐만 아니라, ‘비시장전략’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플랫폼 특성상 그 규모나 정의가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므로 이해관계자를 포섭한 규제 정책을 펼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 진행 중인 자율규제를 비롯한 여러 규제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앞장서고 있는데, 플랫폼들이 경제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명확히 드러내는 지표는 현재로선 없다는 주장이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명확한 방향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위 법령이나 가이드라인, 혹은 정치적인 레토릭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율규제를 선언한 지도 거의 1년이 다 돼 가는데, 실상은 정부가 세부 사항을 다 정해놓고 기업들에게 그 안에서 적당한 자생 방안을 마련하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마케팅학회장)는 국내 플랫폼 생태계 발전 전략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정연승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조성된 것이 오늘날 성공 요인”이라며 “정부 역시 혁신 클러스터의 중요 역할자로서 혁신 분위기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 클러스터란 산업·기업 관련 기관·협회 등과 대학·연구소 등 지식생산조직이 집적돼 네트워킹을 통한 경쟁우위를 확보한 지역을 의미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글로벌 표준화된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지역적 강점과 각각의 경쟁우위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가는 혁신 클러스터 입주로 경쟁적 위치를 확보하는 한편, 대형 플랫폼은 이곳에서 시장·자본·출구 등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한국 대형 플랫폼들은 스타트업 출구시장으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더는 혁신 클러스터 국내 사례로 ‘테헤란로’를 꼽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약 33%가 테헤란로 일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오히려 판교보다 테헤란로가 한국 스타트업 벨트가 조성된 곳이라는 설명이다.

송명진 리더는 “대학과 스타트업, 벤처투자가를 연결하는 동시에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창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포럼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에서 기획한 정기 포럼 첫 번째 행사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현황을 비롯해 플랫폼 경제 체계, 국내 플랫폼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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