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가 짙어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은 본격적인 감원 한파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내 주요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글로벌 성장 둔화 추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주 2022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는 연 매출 8조원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처음 역성장했다. 오는 10일 실적 발표를 앞둔 카카오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 성장이 동력을 잃는 현시점에서 생산성을 확보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기업들은 내부 결속이 필요하다.
긴축 경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주요 목표에 다다르려면 임직원 설득과 여론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운영 시스템을 재편하는 등 최근 대대적인 변화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의 반발이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양사 모두 임직원 달래기에 열중하는 중이다. 먼저 네이버는 전년 대비 축소된 성과급에 따른 내부 불만을 받고 있다. 앞서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내 온라인 간담회 ‘컴패니언데이’를 통해 성과급이 감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구글과 네이버 생산성을 비교하면서 네이버 직원 1인당 순이익이 낮다고 언급해 빈축을 샀다.
김남선 CFO 입장에선 네이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무 이론 지표를 활용한 비유로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취하려는 의도였을 테다. 하지만 이 발언은 성과급 축소로 누적된 부정적인 여론과 맞물리며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김 CFO는 임직원에 공식 입장문을 보내며 사과를 전했다.
카카오는 올해부터 ‘카카오 온’이라는 새로운 근무제를 시행한다. 이 근무제는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완전 선택적 근로 시간제’와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를 골자로 한다. 문제가 된 건 후자인 오피스 퍼스트 제도다. 이 제도는 곧 코로나19 시기에 일반화된 전면 재택근무(원격근무) 를 철회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업무 특성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출근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말했지만 반발은 거셌다. 심지어 해당 제도를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본사와 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일부 계열사는 시기를 앞당겨 이달부터 오피스 퍼스트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본사보다 더 이르게 사무실 출근제를 시행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일부 직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과 사무실 출근 제도를 비롯한 기타 사내 이슈에 대한 논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 근무제를 중장기적 문제로 보는 만큼, 본사에 오피스 퍼스트가 적용되는 다음달까지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생산성 강화와 비용 효율화를 위한 기업의 결심은 직원 복리후생과 근무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 차원에선 다루기 껄끄러운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불안정성과 업계에 불어닥친 투자 혹한기를 이겨내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직원들의 떨어진 의욕과 사기를 높이는 건 각 기업 숙제이자 차별화 전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