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출근과 재택, 경영진과 임직원 간 동상이몽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판교 사무실 불이 다시 켜졌다. 뉴노멀로 자리잡았던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기업들이 하나씩 늘고 있어서다.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바는 크다. 당장 출퇴근 때 지하철과 도로가 붐벼 체감상 교통체증 수위는 높아졌고, 점심시간 식당과 카페에도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재택‧원격근무를 통해 비효율성을 줄이는 경험을 했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압도적으로 많은 급여가 아니라면,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현저히 많아졌다. 이를 방증하듯 근무제도를 변화한 카카오 경우, 노조 가입률이 과반을 넘을 정도로 치솟기도 했다.

물론,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낮춘다는 신뢰 있는 연구결과는 없다. 원격근무를 통해 수도권 밀집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지표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은 나온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된다.

이 많은 가치를 두고, 왜 기업들은 ‘사무실 출근’을 선택하고 있을까? 위기감 때문이다.

카카오는 전사 원격근무를 채택했지만, 최근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회귀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현재 플랫폼 규제 정책 중심에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화살이 카카오를 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객 신뢰도 추락했다. 원격근무 종료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실추된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사무실 출근에 그치지 않고, 인력 감축까지 나서고 있다. 애플도 원격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 복귀를 지시했다. 메타는 예산 삭감 계획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대대적인 감원을 단행했다.

아직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글로벌과 달리 인력 감축까지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지만, 불확실한 겨울의 도래에 상황이 변했음을 모두가 눈치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겪는 한파는 국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IT업계를 향해서도 성장 저하를 전망하는 우려 목소리가 팽배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과 고용 축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조직 기강을 다잡는 근무제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지만,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두고 양립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출근을 지시한 애플 경우, 글래스도어에서 발표한 일하기 좋은 기업 10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미국 리서치기업 테크앤코에 따르면 애플 출근 강요에 절반 이상은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우수한 직원이 함께할 때 기업의 전망도 밝아진다. 이 때문에 팬데믹 시기 누린 호황이 지속되면서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었다면, IT업계에선 엔데믹이 오더라도 원격근무를 종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면, 기업은 임직원에게 현 상황을 소통하고 설득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리스크를 하나라도 줄이고, 신뢰를 얻어 함께 위기를 돌파하는 오너십을 키워야 할 때라면 말이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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