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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비용 효율화·신작까지…올해 보릿고개 넘는 게임사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과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수익성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가장 많은 신작을 내며 나홀로 독주 체제를 구축했던 넥슨이 유일하게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주요 게임사들은 비용효율화를 꾀하며 다양한 신작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동시에, ‘챗GPT’ 같은 언어모델을 게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겠다며 신사업 도전장을 내민 곳들도 등장했다.

우선, 게임사 5곳 지난해 실적을 종합하면, 넥슨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연간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넥슨 지난해 매출은 3조39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올랐고, 영업이익은 9952억원을 기록했다. 엔씨는 연간 매출 2조5718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날 실적을 알린 넷마블은 연간 매출이 2조6734억원으로 역시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4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누적 1044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 한 해 넷마블은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다. 2021년 인수한 소셜카지노 업체 ‘스핀엑스’가 평가손실이 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8일 실적을 공개한 크래프톤은 매출은 1조854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5% 오른 7516억원을 기록했다. 배틀그라운드 무료화로 거둔 값진 흥행 성과다. 카카오게임즈도 연간 매출 1조1477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77억원이다.

넥슨이 올해 공개한 파이프라인
넥슨이 올해 공개한 파이프라인
◆올해 주요 게임사 신작 키워드는 ‘장르 다변화’=
지난해 지식재산권(IP)파워로 엔씨·넷마블과 사이에서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한 넥슨은 올해 신규 IP 중심 신작들을 출시한다. 지난해 원작 흥행 불패였던 IP를 활용한 신작으로 독주했다면, 올해는 IP명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넥슨은 ▲워헤이븐 ▲더파이널스 ▲퍼스트디센던트 ▲프라시아전기 등 신규 IP 및 크로스플랫폼 라인업을 늘리며 장르 다변화에 중점을 둔다. 또, 데이브더다이버 콘솔(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 및 카트라이더:드리프트 정규 시즌을 오픈하는 등 준비에 돌입했다.

엔씨는 PC·콘솔 신작 쓰론앤리버티를 올해 상반기 중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BSS’, 난투형 대전액션 게임 ‘프로젝트R’, 퍼즐 게임 ‘퍼즈업’ 및 장르 미공개인 ‘프로젝트G’ 등 다양한 장르의 신규 IP를 연내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올해 9종의 신작을 출시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 ‘나혼자만레벨업:어라이즈’, ‘모두의마블2:메타월드’ 등 공성 전략, 배틀로얄,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등 다양한 장르와 검증된 IP 활용 신작으로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 중국에서도 조만간 게임 4종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오는 2025년 내 출시를 목표로 제작 중인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 후속작 ▲프로젝트 골드러시 ▲프로젝트 윈드리스 등 대형 신작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올해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개발작 PC·콘솔 2종, 모바일 4종, 퍼블리싱 1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 또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이중 올해 1분기 기대작인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워’ 흥행 가능성이 대두된다. 해당 타이틀은 언리얼엔진4를 활용한 고퀄리티 그래픽, 모험 및 생활 콘텐츠 중심인 원작 ‘아키에이지’ 대비 필드전과 해상전 등 대규모 전투 콘텐츠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챗GPT 열풍, 게임에서도 ‘몰입감’ 높여줄 가상 친구로 나올까=
오픈AI의 AI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전세계 열풍이 부는 가운데 게임사들은 인공지능(AI)을 게임 제작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먼저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하는 것 말고도 게이머가 가상인간과 접촉하거나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버추얼 게임 프렌드’를 딥러닝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크래프톤은 버추얼 게임 프렌드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인 구현을 고민 중인 단계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배틀그라운드를 예로 들며, 음성합성(TTS)과 챗봇, 게임 AI가 적용될 경우 혼자 할 때도 3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범용성을 획득할 경우 게임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챗GPT는 큰 범위의 파운데이션 모델로서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지만 (크래프톤이) 본격적으로 여기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을 통해 빅테크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맞게 콘셉트 개발이나 스토리, 3차원(3D) 모델, 프로그래밍 등 제작 단계에서 AI 적용을 빠르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엔씨 또한 챗GPT와 같은 AI 언어 모델을 게임 제작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이를 디지털 휴먼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챗GPT 같은 언어모델이 스토리나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3차원(3D) 캐릭터 제작 및 대규모 접속 게임 등 기술과 결합해 이용자에 차별화된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채용 줄이고 마케팅도 효율적으로…허리띠 졸라매는 게임사=
‘비용 효율화’는 이번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주 등장한 키워드다. 지난해 4분기만 떼놓고 보면 게임사 모두 전 분기보다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인력과 비용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한편, 선별된 프로젝트 중심으로 회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올해 보수적인 채용을 시사했다. 채용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며 인건비와 제반비용 효율화에 집중해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인건비 경우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씨는 비용효율화 기조를 유지 중이다.

홍 CFO는 “이러한 기조 속에 올해 인력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임직원 증가 비율이 2020년엔 13%였지만 2021년엔 9%, 2022년엔 2%로 떨어졌던 만큼,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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