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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규제 진단⑤] 전세계 추세? ‘한국만’ 자국 기업 목 비틀기

최민지, 이나연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쟁쟁한 빅테크들이 선전하는 지금, 한국 인터넷 기업들도 몸집을 키우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해외 플랫폼 위협 속에서도 자국 플랫폼들이 중심을 잡고 있는 곳이다. 이에 전세계 빅테크들과 맞설 수 있도록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 플랫폼을 글로벌 무대로 세우고, 나아가 대한민국 새 먹거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 제기돼 왔다. 그러나, 내부의 위협이 더 큰 상황이 도래했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장벽을 높이면서, 플랫폼을 향한 칼날이 매서워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인터넷 플랫폼을 향한 규제 현황을 점검하고, 전문가들 진단을 들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이나연 기자] 한국이 전세계 추세와 달리, 자국 플랫폼 목을 비트는 규제를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이 국내 플랫폼 규제를 말할 때 주로 언급하는 유럽연합(EU) 경우,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GAFA)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제정됐다.

미국에선 주요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핵심 반독점 법안 5개가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들 법안에선 자사 우대, 인수합병 제한, 앱마켓 규제 등을 담았다. 민주당과 정부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했으나, 경기불황과 함께 여론까지 달라지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은 미국 기업이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력을 감축하고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 성장을 도모하자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가 아닌 자국 플랫폼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업계에선 진흥은커녕 자국 기업 플랫폼 성장을 저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 해외 플랫폼 위세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AFA는 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플랫폼, 데이터 등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판단, 규제법안을 내세운 것이다. 미국에선 (자국 빅테크 기업 대상으로 한) 반독점 법안들이 폐기되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에선 해외보다 앞서는 국내 플랫폼 경쟁력을 악화시키려는 규제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규제만 수입하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판 디지털시장법? 플랫폼 더 옥죈다=이같은 우려를 대표적으로 지닌 법안과 규제들이 지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한국판 디지털시장법’이라고 지칭한 ‘온라인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쿠팡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온라인중개서비스를 비롯해 검색서비스,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동영상공유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온라인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중 연평균 매출액이 3조원 이상이거나 국내 활성이용자수가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등을 충족하는 곳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핵심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는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며, 공정위는 시장에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라고 판단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야 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는 다른 핵심플랫폼서비스 사업자와 기업결합할 경우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이들은 핵심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다른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와 결합할 수 없으며,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이해충돌행위도 금지한다.

이동주 의원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독점규제 입법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과점화는 견고해지고 사회 곳곳에서 소비자와 입점 소상공인 등의 권익은 보호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법안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거래법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방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해 시의적절한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플랫폼을 정부에서 관리하도록 해 민간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했다. 기업 길들이기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생산자와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있던 중간 유통 악습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해 소비자에게 큰 효용을 제공해 왔다”며 “더 싼 가격에 재화와 더 편리한 서비스를 공급해왔던 점들을 무시하고, 유통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던 이들의 목소리를 마치 대한민국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카카오먹통방지법,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 어쩌나=이르면 오는 6월부터 ‘카카오먹통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발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시행된다.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적용하는 사업자 대상에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부가통신사업자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를 포함하고, 이들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이중화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장애 발생 후 통과된 법안이다. 학계에서도 부가통신사업자한테까지 이 정도 규제 수준을 입법으로 규정하는 선례를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밀한 논의와 입법적 작업 없이, 급하게 입법됐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에 신설되는 규제 대부분이 물리적인 설비 또는 기술적 조치 사항들을 요구하는데, 한국 내 시설을 갖지 않는 글로벌 사업자는 규제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국내 IDC 유치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사업자에게만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의 사건이나 사고를 특정 산업 내 기업들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건 많은 위험요인이 내포돼있다”며 “먹통 사태 사고 원인 규명이나 재발 방지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기업을 큰 범주에 넣는 동시에 관련 업계까지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법을 만든다는 건 향후에 또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전형적 그림자 규제”=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만들었다. 자사우대·최혜대우 요구·끼워팔기·멀티호밍 4가지를 불공정거래 등 시장 지위 남용 위반 행위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판단 기준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령에 준하다고 보고 있다. 입법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를 심사지침을 통해 명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제시한 특정 행위 4가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같은 자사우대다. 공정거래법은 사후규제이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우대를 했다고 해도 시장에서 경쟁제한 행위를 했다는 것을 공정위가 실제로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심사지침은 그런 의무가 없기에 그 기준에 해당하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독과점 사업자가 자사우대를 했다는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과 달리 심사지침은 공정위 입증을 쉽게 만들고, 관련 행위를 하면 위법한 것처럼 취급하는 뉘앙스를 풍긴다”며 “공정위는 심사지침이 법적 효력을 갖지 않아 우려만큼 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크진 않을 거라고 반박하지만,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심사지침이 없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공정위가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심사지침을 헌법상 위임엄법 법리를 기술적으로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그림자 규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그림자 규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사후적 권리규제를 취하기 어렵다”며 “법률 규정 관련 찬반논의가 엇갈리는 중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하위지침으로 선제적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하고, 규제정책적으로도 과잉규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공정위가 ‘콜 몰아주기’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257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지난 14일,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택시플랫폼 선수-심판 분리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가맹사업 등 다른 유형 사업을 할 수 없고, 필요한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중지와 분리를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용자 선택권 제약, 택시 공급 감소 효과로 인해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 중개 플랫폼에게 가맹사업을 분리하도록 했을 때 소비자가 얻을 수 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택시업계 주장 위주로 규제 움직임이 흘러가고 있다. 이해관계자 마음이 바뀌면 사업 존폐 자체가 흔들리니, 불확실성이 커지는 우려가 크다”며 “플랫폼은 양면시장이라, 기사들은 언제든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고, 기사만 우대하면 이용자가 빠져나갈 수 있다. 이용자만 우대하면 기사가 이탈할 수 있으니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민지, 이나연
cmj@ddaily.co.kr,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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