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대를 앞서간 명작 '은하철도 999', 작가 별세에... 韓日 네티즌 추모 물결

양원모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은하철도 999', '캡틴 하록', '우주전함 야마토' 등 수많은 SF 걸작을 남긴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한일 온라인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은하철도999는 단순한 SF만화에 그치지 않고 '영원히 죽지않는 기계몸'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높은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지금의 관점에서봐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시대를 앞서간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20일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東映)는 마쓰모토가 지난 13일 오전 11시 도쿄 한 병원에서 급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향년 85세. 상주는 아내가 맡았으며, 장례식은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렀다고 한다.

1938년생인 고인의 본명은 마쓰모토 아키라(松本晟)다. 15살 때인 1953년 만화 '꿀벌의 모험'으로 데뷔, 순정 만화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1960년대 SF로 장르적 확대를 시도했다. '레이지(零士)'라는 필명을 쓴 것도 이때부터다. 레이지는 "매일 밤 자정(零·0시)까지 일하는 사무라이(士)"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작품의 주요 특징은 여성, 기계에 대한 정밀한 묘사다. 순정 만화로 다져진 섬세한 붓터치와 기계에 대한 관심은 1971년 그의 대표작이자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은하철도 999(銀河鉄道 999)'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우주 열차에 오른 호시노 테로(한국판 이름 철이)와 신비로운 여인 메텔의 모험담을 다룬 이 작품은 2009년 아사히신문 '일본 쇼와 시대 걸작 만화' 20위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았다.

모토는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銀河鐵道の夜)'이라는 소설을 읽고 은하철도 999를 구상했다고 한다.

일본 네티즌들은 전설적인 만화가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한 현지 네티즌은 "현재 일본 SF 만화, 애니메이션이 큰 영향을 준 마쓰모토 선생님의 발자국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당시 (은하철도 999) 메텔을 연모했던 소년들이 많았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며 "명복을 빈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국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내 추억의 한 편이 사라지는 것 같다", "대단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명복을 빈다", "어린 시절 공상의 날개를 펼치게 해 줘 감사드린다. 영면을 기원한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고인을 기렸다.

주요 수상 이력으로는 ▲1978 제23회 소학관 만화상 ▲2001년 자수포장 ▲2010년 욱일소수장 등이 있다. 고인의 장녀인 마모토 마키코는 성명을 내고 "아버지가 별의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며 "아버지는 평소 '멀리 시간의 고리가 닿는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해왔다. 그 말을 믿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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