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대한항공이 오는 4월1일부터 새롭게 적용하기로 했던 마일리지 개편안이 고객들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에 부딪혀 결국 시행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여론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으로, 추후 어떠한 수정안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완전히 마무리 짖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외로 강경한 부정적 여론의 기류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대한항공측은 “마일리지와 관련해 현재 제기되는 고객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당초 대한항공이 제시했던 개편안에서는 인기 노선인 미주 및 유럽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폭을 대폭 늘리고, 국내선 및 동남아 공제폭을 줄여주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고객들은 미주 및 유럽을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마일리지를 소진하도록 한 개편안에 대해 집중적인 불만을 제기하면서 '개악' 논란으로 비화됐다. 무엇보다 마땅한 경쟁사가 없는 미주 및 유럽 노선에서 마일리지 공제폭을 늘이는 것에 대해 '독점의 폐해'를 우려하는 비판도 커졌다.
반면 단기 노선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공제폭을 축소해 기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고객들은 저비용항공사(LCC)들과의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일리지 공제혜택을 늘렸을 뿐이라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해 대한항공이 지원을 받았던 것을 상기시키며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하면서 대한항공측이 느끼는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4월1일 개편안을 일단 무기한 연기하고, 향후 마일리지 공제율과 적립률을 재조정하는 등 개편안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