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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ASML도 품었다…'반도체 중고장비' 선도하는 서플러스글로벌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와 논의하고 만나기 힘든 시니어 VIP들도 만나게 됐다. 그만큼 회사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지난달 경기 용인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에서 만난 김정웅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업을 주력으로 한다.

김 대표는 코오롱상사, 한라자원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서플러스글로벌을 세웠다. 초기에는 모뎀 부품, 표면 실장(SMT) 장비를 다루다가 2005년부터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에 메인 플레이어가 없었다. 금융사가 담보 등으로 확보한 장비를 리스하는 정도였다.

중고장비 업계는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뉜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메이커 ▲러셀 등 리퍼비시 업체 ▲서플러스글로벌 등 유통업체다. 메이커가 공식 수리점이라면 리퍼비시는 사설 업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이들과의 경매 입찰 과정을 거쳐 확보한 장비를 재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갖췄다.
서서히 몸집을 키워오던 서플러스글로벌은 2010년부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8대 공정 장비를 모두 확보한데다 현재 기준으로 1500대 내외 제품을 보유 중이다.

김 대표는 2010년대 초반부터 구상해오던 대형 프로젝트를 2020년대 들어 완성했다. 앞서 언급한 클러스터가 대상이다. 그는 “2016년 용인 부지를 매입하면서 클러스터 구축을 본격화했다. 세계 최초로 주요 공정 장비를 전시 및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의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는 지난 2021년 1차 공사를 마쳤고 2022년 종합 준공했다. 대지 면적 7700평 규모로 총 6층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2000평 크기 클린룸과 반도체 중고장비 테스트 공간, 설비 전시장, 트레이닝 센터, 사무공간,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해당 클러스터에서 주목할 부분은 ‘공유 팹’이다. 현재 네덜란드 ASML, 미국 KLA와 온투 등이 들어선 상태다. ASML과 KLA은 각각 반도체 노광, 검사 분야에서 세계 1위다.
김 대표는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있는 한국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직접 건물을 짓거나 관리하려면 쉽지 않다. 이에 서플러스글로벌은 이들에게 팹을 공유하는 것을 사업화하기로 했다. 3곳 이외에 복수의 기업들과도 논의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진동 등 반도체 공장 기준을 충족하면서 관련 전문지식을 갖춰 입주사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10개(국내 5개, 해외 5개)까지 클러스터를 확장하는 게 목표다.

제품군이 다양한 만큼 고객사도 골고루 분산돼 있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20~30% 정도로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 회사들도 서플러스글로벌의 거래처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집중하는 쪽은 성숙(레거시) 공정이다. 김 대표는 “타깃은 28나노미터(nm) 이상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TSMC 등 톱5로부터 장비를 구매해서 후발업체에 파는 구조”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주요 고객군은 아날로그 반도체 등 비교적 구식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제조사다. 국내에서는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이 포함된다.

회사의 최대 강점은 네트워크와 정보력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언제 어떤 장비를 내놓을 것인지, 어느 업체가 필요한 장비 무엇인지, 경매 입찰 가격 수준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유통사의 핵심 역량이다.

여기에 지원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장비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고 구형 장비의 경우 부품을 모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별도로 설비 부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영역에도 진출했다.

현재 서플러스글로벌의 중고장비 판매 방식은 ▲장비를 확보한 뒤 그대로 파는 에즈이즈(As-Is) ▲데모룸에서 장비가 구동되는 걸 보여준 뒤 파는 파워 온 데몬스트레이션(Power On Demonstration) ▲수리를 거쳐 파는 리퍼비시(Refurbish) 등 3가지가 있다.

그동안 에즈이즈 방식이 약 70%에 달했다. 이중 절반은 클러스터 내 보유하다가 넘기고 절반은 삼성전자 등이 매각하는 장비를 중개하는 식으로 넘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수리비까지 포함돼 마진이 좋은 리퍼비시 비중을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의 작년 연매출은 2400억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올해 회사 목표 매출을 전년대비 약 30% 성장한 3000억원으로 잡았다. 오는 2030년까지 장비 사업으로만 4000억원 이상 매출을 낼 것으로 점쳤다. 부품, 공유 팹 등 비즈니스까지 더해지면 수익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전 세계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이 7~8조원 규모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식이 저평가돼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많은 문의가 오고 과거 마주하기 힘든 인사들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군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플러스글로벌은 클러스터 내 공유 오피스도 운영하고 있다. 입주사가 아니더라도 반도체 유관기업이라면 이용료를 내고 활용할 수 있다. 서플러스글로벌 관계자는 “클러스터 인근에 반도체 기업들이 많은데 페이퍼워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의외로 부족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수요 대응 차원에서 공유 오피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인당 월 35만~40만원 수준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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