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나인테크, LG엔솔 타고 해외 진출 '속도'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나인테크가 디스플레이에서 배터리 설비업체로 거듭났다. 전방산업 부진과 성장이 엇갈린 영향이다.

지난달 27일 경기 평택 본사에서 만난 나인테크 김성수 이사는 “이제 메인은 2차전지 장비”라면서 “회사 모태인 디스플레이와 신규 사업 열전소자, 친환경에너지 등이 뒤를 받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테크는 2007년 설립된 회사다. 박근노 대표는 LG디스플레이, 디엠에스 등을 거쳐 나인테크를 차렸다. 박 대표는 지분 30.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020년 4월 교보7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와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하기도 했다.

사업적으로는 2009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공 장비를 개발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부문 주력 상품은 진공·N2 이송 장비와 기판 세정 장비(Wet Station)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 등과 거래 중이다.

다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디스플레이 시장이 위축되고 주요 고객사 투자가 줄면서 대안이 필요했다. 이에 2016년 배터리 라인 세정 장비를 시작으로 관련 사업을 개시했다.

나인테크는 고객사 제안으로 배터리 제조설비 개발을 착수했다. 다양한 콘셉트를 논의하다가 주력으로 떠오른 라미네이션&스태킹(L&S) 장비가 탄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정 중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제품이다.

L&S는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라미네이션은 전극과 분리막을 결합한 ‘바이셀’에 분리막과 음극으로 구성된 ‘하프셀’을 부착하는 작업이다. 이를 쌓는 것이 스태킹이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 뒤 패키징하고 충·방전 단계 등을 거치면 배터리가 완성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L&S 장비 협력사로 나인테크와 신진엠텍을 두고 있다. 나인테크는 폴란드와 중국, 신진엠텍은 미국 공장 위주로 설비를 납품 중이다. 디에스케이, 풍산 등이 일부 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L&S를 강화한 어드밴스드 L&S(ALS) 공법을 준비 중이다. ▲정렬 정밀도 보정 ▲분리막 접착력 높이기 위한 히터 개선 ▲장폭 셀 소재 이탈 방지 등이 개선 사항이다. 올해 4분기부터 평가에 돌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다른 조립 공정 도입도 앞두고 있다. SK온과 삼성SDI가 활용 중인 Z-스태킹이 대상이다. 말 그대로 지그재그로 쌓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전극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양·음극판을 자르지 않은 분리막 사이사이에 매거진이라 부르는 적재함에 번갈아 적층한다.
라미네이션 장비(왼쪽)와 스태킹 장비
라미네이션 장비(왼쪽)와 스태킹 장비
나인테크 등은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어드밴스드 Z-스태킹(AZS) 관련 장비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와 공동 설립하는 인도네시아 공장에 AZS 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생산라인은 2023년 상반기 완공, 2024년 상반기 양산 목표다.

김 이사는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 확대가 계속되는 만큼 ALS 또는 AZS 관련 제품 수주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인테크는 매출 내 배터리 장비 비중이 60% 내외까지 늘어났다. 장기적으로는 80%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에 L&S 제품과 연결되는 탭 웰딩(양·음극에 알루미늄과 구리 탭 부착), 디개싱(파우치 내 불필요한 가스 배출), 패키징 설비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법인 설립 가능성도 열어뒀다. 폴란드 법인을 운영 중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 상황에 따라 현지 법인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진공·N2 이송 장비와 기판 세정 장비 등을 다룬다. 나인테크는 LG디스플레이가 단행 중인 마이크로OLED(OLED on Silicon), 8세대 정보기술(IT)용 OLED 등 투자에 힘을 보탠다. 배터리만큼은 아니나 매출 20% 내외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나인테크는 신성장동력으로 반도체 장비, 열전소자 등을 낙점하기도 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습식 장비를 싱가포르 실리콘박스에 납품했다. 반도체 기판 오염을 방지하고 청정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열전소자는 전기를 통해 냉온 온도차를 발생하는 반도체 소자다. 크기가 작고 소음과 진동이 없어 소형 프리미엄 가전의 컴프레셔 대체품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컴프레셔는 공기 등 기체를 압축하는 기계다. 현재 나인테크는 국내 대기업 고객사와 열전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완공한 수원 3공장에 열전소자 관련 연구시설 및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한편 나인테크의 지난 3년 동안 연간 매출액은 ▲2019년 752억원 ▲2020년 659억원 ▲2021년 631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9년 65억원 ▲2020년 33억원 ▲2021년 –76억원 등이다. 디스플레이 투자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배터리 공장 구축 일정이 밀린 영향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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