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픽셀플러스, 차량용 이미지센서 국가대표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전환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동화 및 자동화를 위해 필요한 기능이 확장한 영향이다. 해당 제품군으로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이 있다. 또 주목할 부분은 영상 관련 반도체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를 작동한다.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와 이미지센서가 대표적이다. 두 반도체는 한 세트다. 이미지센서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면 ISP는 이를 영상 신호로 변환한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모바일이 가장 큰 시장이고 자동차, 의료, 보안 등이 뒤를 잇는다. 모바일에서는 소니가 단독 선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추격 중이다.

차량용에서는 해외 기업이 더 강세다. 시장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2021년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은 ▲온세미 57.8% ▲옴니비전 19.5% ▲소니 7.7% ▲도시바 4.3% ▲픽셀플러스 4.0% 순이다.

이중 눈에 띄는 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픽셀플러스다. 국내 회사 중 유일하게 톱5에 포함됐다. 이 회사는 2000년 4월 설립됐다. 당시 LG반도체, 현대전자 등 출신이 연이어 창업에 나섰다. 이서규 대표 역시 LG반도체에서 근무하다 픽셀플러스를 세웠다.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 본사에서 만난 픽셀플러스 관계자는 “ISP와 이미지센서 등을 제작하려면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들을 다 갖춘 수직계열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모바일용 제품을 만들었다. 삼성전자 휴대폰 등에 탑재되면서 몸집을 키웠고 2005년 미국 나스닥 상장했다. 하지만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다 신제품 출시가 늦어졌고 국내외 대기업이 이미지센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이 악화했다. 결과적으로 2009년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CCTV 등 보안 카메라 시장에 진출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2015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나 CCTV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중후반부터 차량용 이미지센서 사업을 본격화했고 2020년대 들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흑자전환하며서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진입장벽이 높다. AEC-Q100, ISO26262 등 다양한 인증을 통과해야 하고 극한 환경을 버텨낼 수 있는 신뢰성과 내구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신 한 차례 들어가게 되면 10년 이상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장기간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픽셀플러스는 현재 일본 및 유럽 자동차 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카메라모듈 또는 전장부품 분야 티어1을 통해 고객사에 이미지센서, ISP 등을 납품한다. 전방, 후방, 사이드 카메라는 물론 이를 결합한 서라운드뷰모니터(SVM)용도 공급 중이다. SVM은 4개 카메라를 전후좌우에 장착해 하늘에서 자동차를 내려다본 것처럼 영상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밝고 어두운 부분 차이를 명확하게 하는 ‘HDR(High Dynamic Range)’, 한 프레임을 단계별이 아닌 통째로 읽어내는 ‘글로벌 셔터’ 등 고난도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면서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애프터(After) 마켓 의존도가 크지만 비포(Before) 마켓 비중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 기존 10% 내외에서 올해 1분기 30%대까지 상승했다”고 이야기했다. 애프터마켓의 경우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다. 탑재가 보장되는 비포마켓에 진출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픽셀플러스가 사업 영역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2010년대부터 중국에 이미지센서 회사가 100개 내외 새로 생기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스마트 수질 측정기 전문업체 더웨이브톡과 공동 개발한 제품이 한 예다. 수질 측정기는 말 그대로 수질을 진단하는 제품이다. 레이저의 직진성과 파장의 균일성을 활용해 이물질이 있는 액체 속을 통과하면서 변동되는 절대량을 이미지센서와 딥러닝으로 분석한다. 픽셀플러스는 이미지센서와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수질 신호처리기 및 메모리까지 통합하는 ‘3-in-1’ 통합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미지센서는 물을 통과한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하고 딥러닝은 불순물 농도를 검출하는 역할을 한다.

두 회사의 기술이 접목된 제품은 정수기, 세탁기 등 가전과 상수도 시장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국내 가전업체들이 해당 센서 적용하는 신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 가전, 로봇용 및 산업용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것”이라면서 “응용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픽셀플러스는 8인치(200mm)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라인에서 반도체를 양산한다. 삼성전자 등이 협력사다. 픽셀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8인치에서만 이미지센서를 제조하다 보니 상위 기술을 개발해도 생산 시 접목하기 어려웠다. 파운드리 쪽에서 12인치(300mm) 라인을 열어주면 고부가제품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