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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삼성 DSP' 세미파이브, 글로벌 시장 노린다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시스템반도체 육성이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등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도 크고 작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회사들이 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가교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다. 주로 팹리스 기업의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파운드리 협력사의 고객사 발굴, 후공정 위탁 등도 담당한다.

대만 TSMC는 자체 디자인하우스 그룹인 가치사슬협력자(VCA)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대 파운드리로 거듭났다. 삼성전자도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를 통한 자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 상태다. 최근 빠르게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는 세미파이브가 대표적인 DSP다.

지난 5일 경기 성남 본사에서 만난 세미파이브 관계자는 “기존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우리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사의 설계 도면을 개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미파이브만의 플랫폼을 토대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세미파이브는 지난 2018년 조명현 대표와 사이파이브 창립 멤버 등이 세운 회사다. 사이파이브는 2015년 설립된 업체로 리스크파이브(RISC-V)라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ISA)를 보유 중이다. ISA는 반도체 설계의 바탕이 되는 지적재산(IP)이다. 사이파이브는 무료 배포 및 유연성을 앞세워 관련 분야를 주도하는 ARM 대항마로 떠올랐다.

세미파이브 역시 RISC-V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세미파이브는 RISC-V라는 원천기술을 확장해서 고객사 요청에 맞는 시스템온칩(SoC)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엣지 및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되는 칩이 주력 제품군”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팹리스 업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모빌린트 등이 대상이다. 올해 하반기 세미파이브는 고객사의 14나노미터(nm) 공정 기반 AI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
회사 관계자는 “세미파이브 플랫폼은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플랫폼에 특정 고객사 기술을 투입하는 방식인데 해당 영역만 다른 고객사로 바꾸면 또 다른 칩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세미파이브는 내년까지 5가지 이상의 플랫폼을 확보할 계획이다.

VCA 또는 DSP에 속한 회사의 지상과제는 인재 확보다. 한 프로젝트에 통상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이 투입되는데 복수 고객사와 작업을 진행하려면 최대한 많은 인력풀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하우스 1위 대만 글로벌유니칩(GUC)의 경우 700명 내외 직원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미파이브도 인재 영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물론 유사 업체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세솔, 다심에 이어 지난해 말 하나텍을 품었다. 당시 하나텍은 100여명 규모였다.

이번 계약으로 세미파이브는 단숨에 300명 이상을 확보한 회사로 거듭났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인수에 대해 “당장은 아니지만 여러 기회를 보고 있다.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답변했다. 세미파이브는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등 거점을 통해 해외 인력도 끌어들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500~800명 수준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세미파이브는 기존 AI와 데이터센터에 이어 오토모티브 등을 새 먹거리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IP 회사 아날로그비츠를 인수했다. ARM IP를 활용하거나 다른 파운드리 협력사와 손을 잡는 등 사업영역도 넓혀갈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 고객사 유치에도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했던 것처럼 고객들을 찾아가 플랫폼의 개념과 세미파이브 레퍼런스 등을 알리는 게 우선 과제”라며 “이후 1~2건 거래가 성사되면 현지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도 신규 고객사 발굴에 초점을 맞춘 만큼 세이파이브 등 DSP의 임무가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다.

한편 세미파이브는 지난해 1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10억원), 2020년(19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는 500억원 내외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공개(IPO)는 2024~2025년 목표다. 코스닥 또는 나스닥 진출 예정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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