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외길인생 30년' 파크시스템스, 반도체 원자현미경 시대 연다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세해지면서 시장 전반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에 맞는 소재 및 장비가 요구되는 영향이다. 반도체 개발 또는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검사 및 계측 장비 수준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으로 충분했다면 이제는 다음 세대인 원자현미경(AFM)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현미경 산업은 광학 기술이 뛰어난 유럽 일본 미국 등이 강세인 가운데 국내에도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있다. 원자현미경 30년 외길인생을 걸어온 파크시스템스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1997년 박상일 대표가 설립했다. 박 대표는 스탠퍼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면서 세계 최초 원자현미경을 만든 팀에 포함된 인물이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화하고 국내로 돌아와 파크시스템스를 차렸다.

원자현미경은 시료의 형상과 물성을 나노미터(nm) 수준에서 계측하고 분석하는 장비다. 전자현미경으로도 측정 불가한 극미세 구조를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고 시료 표면 형상과 여러 가지 물리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계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nm 이하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작업은 탐침이 조사 대상 위를 움직이면서 이뤄진다. 레이저 등으로 검사하면서 시료에 손상이 가해질 수 있으나 파크시스템스는 비접촉식 탐침을 구현해 관련 문제를 최소화했다.

지난 19일 경기 수원 광교 한국나노기술원(KANC) 내 파크시스템스 본사에서 만난 회사 담당자는 “연구용 원자현미경만 팔다가 2015년부터 산업용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주요 고객사”라고 설명했다. 연구용과 산업용 기반 기술은 같으나 제품 크기, 공장 환경에 맞춘 시스템 등에 차이가 있다.

이어 “원자현미경과 전자현미경은 시장 자체가 다르다. 원자가 전자보다 더 미세한 영역을 커버할 수 있으나 속도는 느리다.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면서 “원자현미경은 이제 응용처를 늘려가는 단계다. 전자현미경의 성장 속도보다 빠른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자현미경 시장 규모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원자현미경보다 10배 가량 크다. 시장조사시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원자현미경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연평균 5.8%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파크시스템스 사세가 커진 건 산업용, 특히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다. 국내는 물론 대만 중국 등 대형 반도체 회사에서 원자현미경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웨이퍼부터 패키징 단계까지 전·후공정에 모두 쓰인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빛이나 전자 빔 방식은 위에서 쏘고 찍어낸다면 파크시스템스 장비는 탐침으로 훑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리지만 구조 측정에 특화돼 있다”면서 “어느 위치더라도 결함을 잡아내고 깊이, 균일도 등도 측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경쟁사로는 미국 브루커, 영국 옥스퍼드 등이 있다. 브루커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지만 원자현미경만 다루진 않는다. 산업용으로 한정하면 파크시스템스 마켓쉐어(MS)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옥스퍼드는 연구용만 판매한다.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출시한 신규 원자현미경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구용 ‘FX40’ ▲디스플레이용 ‘NX-TSH’ ▲백색광 간섭계(WLI)를 결합한 ‘NX-하이브리드 WLI’가 대상이다.

NX-TSH의 경우 대형 패널 샘플을 측정할 수 있다. 지난 1~2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수주했다. WLI는 넓은 범위를 빠르게 사진처럼 찍어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NX-하이브리드 WLI는 WLI와 원자현미경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시간 및 공간 절약이 가능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연이어 구매하고 있다.

추가로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관련 제품도 준비 중이다. EUV 포토마스크 마스크 리페어 설비가 대상이다. 포토마스크는 회로가 그려진 얇은 막이다. 웨이퍼에 포토마스크를 씌우고 빛을 쬐면 회로 패턴이 새겨지는 방식이다. 이를 보호하고 여러 번 쓰기 위해 펠리클이라는 필름을 사용하는 데 현재 EUV용 펠리클은 상용화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EUV 포토마스크 손상이 가해지는데 파크시스템스 장비는 손상을 감지하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반기부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크시스템스는 지난 1분기 매출 178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18% 상승 56% 하락이다. 매출은 수주 확대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일회성 주식보상비용이 반영되면서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환사채(CB) 콜옵션을 우리사주조합에 양도하면서 21억원 비용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236명 해외 85명으로 총 321명이 근무 중이다. 본사는 오는 2025년경 경기 과천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전 세계 11개국에 12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와 대만 영업사무소는 각각 2021년, 2022년 법인으로 전환한 바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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