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시장 확산에 따른 기대감으로 배터리 업계에 볕이 들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소재와 장비업체로 낙수효과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중국 유럽 미국 등에서 배터리 공장 증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공급망에 진입한 기업은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가 주력이던 디이엔티도 배터리 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 17일 경기 오산 본사에서 만난 디이엔티 관계자는 “지난해 배터리 부문 매출이 100억원이 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아직 디스플레이가 2~3배 높지만 내년부터는 배터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세워진 디이엔티는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등을 생산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다만 경쟁사가 늘고 LG디스플레이 등 고객사의 대형 투자가 줄어들면서 대책이 필요했다. 2014년 APS홀딩스로 인수되면서 레이저 기술력을 갖췄고 신사업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했다. 이후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로부터 요청을 받고 레이저 노칭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노칭은 배터리 조립 공정 앞단 이뤄지는 과정이다. 전극 공정을 통해 제조된 양·음극판을 적절한 길이로 자르고 다듬는 역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음극 탭을 쌓고 사이사이에 분리막을 넣어주면 배터리 셀이 완성된다.
해당 제품은 프레스와 레이저 방식으로 나뉜다. 각각 극판 절단을 칼날과 레이저로 한다. 레이저 노칭은 기술 난도가 높아 프레스 노칭이 그동안 대세였다. 디이엔티 등이 상용화에 나서면서 레이저로 전환하는 추세다. 가동 중 파단이 적게 일어나고 이물 발생이 미미하다는 장점이 있다. 칼날 교체 대비 레이저 소스 보충 비용이 덜 든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디이엔티도 과도기를 겪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난징 공장에 레이저 노칭 공법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구체적인 사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배터리 납기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서 익숙한 프레스 노칭 장비를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올해 초 디이엔티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 ‘얼티엄셀즈’ 공장에 레이저 노칭 장비를 첫 출하했다. 현재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1공장, 2공장을 구축 중이다. 1공장은 올해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3~4공장도 추가할 예정이어서 향후 수주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디이엔티는 고객 대응을 위해 작년 8월 오하이오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수장이 바뀐 점도 디이엔티에 기회 요인이다. 권영수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자체 공급망 확장에 나선 덕분이다. 앞서 LG 소재생산기술원(PRI)을 통해 배터리 장비를 조달해왔다면 LG에너지솔루션이 직구매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디이엔티는 LG PRI 벤더 신진엠텍이 주로 담당했던 노칭 자동화 보조장비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기존 핵심이었던 디스플레이 사업은 LG디스플레이 투자 재개 효과가 발생 중이다. 오토메이션 머신 인스펙션(AMI) 등 검사설비가 발주가 나오고 있다.
디이엔티 관계자는 “향후 스태킹, 디개싱 등 다른 장비로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넓힐 것”이라면서 “인력도 배터리 쪽으로 확대 배치하는 등 관련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문제가 없겠으나 장기적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