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저무는 ‘황금알’ 홈쇼핑 시대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TV홈쇼핑 업계에서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은 상징적인 숫자로 통한다. 주요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 개국해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치면서 지난 20년 가까이 매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홈쇼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홈쇼핑에도 위기감이 드리운다. 엔데믹 전환과 물가 상승, 송출수수료 인상 영향이 더해지며 지난해 연간 영업익 1000억원 선이 무너진 기업들이 나왔다.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724억원, 780억원이다. 이들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까지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1~2월 판매량이 더 부진한 곳이 있다는 후문을 시작으로 업계에선 진짜 위기는 올해부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 추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홈쇼핑 업체들은 부진한 실적 배경 중 하나로 송출수수료를 꼽는다. 시장이 활발하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역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송출수수료가 올라 부담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물론 유료방송사업자(SO)들도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결합서비스 등 출시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낮은 편인데, 다른 마땅한 수입원도 없는 상황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홈쇼핑 시장이 어려워지면 그 영향은 국내 미디어 시장까지 확대되는 이유다. 송출수수료를 홈쇼핑사들이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황금채널 경쟁도 줄고 유료방송 재원 마련도 어렵게 된다.

현재 미디어 산업 특성상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기보다, 더 좋은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홈쇼핑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서 방송법 등 다양한 규제 속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데, 법적 책임을 조금만 완화시켜줘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홈쇼핑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기회를 정부 측에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과 홈쇼핑 간 송출수수료 갈등 조율을 위해 오랜 기간 논의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복잡하게 얽힌 업계 간 이해관계를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 정작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민감한 사안을 ‘업계 간 협의’로 남겨놓았을 경우 가이드라인이 나와도 업계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홈쇼핑 산업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일각에선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를 신설해달라는 목소리가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17개 채널에 한 채널이 더 증가하면 업계와 소비자 모두 피로감이 쌓이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중기전용 채널을 추가하게 된다면, 약 70% 홈쇼핑사들 중기 편성 비율을 일정 부분 낮추는 과감한 결단도 대안이 된다. 막연한 가이드라인보다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당근이 분위기 전환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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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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