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혹한기 맞은 배달대행 플랫폼 생존전략은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출혈경쟁이 한창이던 배달주문 앱 시장은 엔데믹 이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배달수요가 상대적으로 줄고 천정부지던 라이더 몸값은 한층 완화됐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간 적자를 감수한 프로모션 경쟁도 종료되며, 지난해 기준 배민은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배달대행 플랫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당시 배민·쿠팡에 라이더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던 이들은 오히려 최근 어려움이 더 커졌다. 신규 채용은 대폭 줄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거나 자금난에 휘청이는 곳까지 생겨났다. 거시적 이유론 금리 인상 등으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에 투자 혹한기는 꾸준한 성장을 ‘일시정지’ 하게 만든다.

외부 투자유치로 외형을 키우고 신사업을 발굴하던 동력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수익구조에 있다. 다른 산업군에 속한 스타트업들은 투자유치에 의존하기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에 집중한다. 하지만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기업간거래(B2B) 계약 외 건당 부과되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단 프로그램 이용료는 건당 100원 이하로 배달료 중 1%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상 프로그램 이용료는 높일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배달대행 플랫폼은 얼마나 많은 지역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용료를 인상하게 되면 지역 사업자들은 경쟁사로 바로 이탈해 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 사업자 유치를 위한 판촉비용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배달업계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배달시장은 음식을 빠르게 배달해주는 데서 시작했지만 최근 배달 카테고리는 화장품이나 반려동물용품, 식료품 등 무한정 늘어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약 배달 수요도 증가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들도 배달업계가 충분히 잠재적 성장성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서 현 상황을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배달대행 플랫폼은 51개 업체가 운영 중이며, 각 지역 배달대행업체는 7794개소로 파악됐다. 각기 다른 규모 플랫폼이 경쟁하고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정리가 되면 안정적 수익 구조도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은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에서도 적용된다.

혹한기를 잘 버텨내기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우선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관심 여부가 단순 성장성보단 안정적인 수익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유의할 점은 경쟁은 이어가되 적법하게 해야 한다는 것. 일부 업체는 지역 사업자들과의 계약서에 ‘가맹비’를 받겠다고 명시했다가 지적받고 삭제했다. ‘적립금 유용’ 논란도 꾸준히 제기된다. 배달대행 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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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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