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쇼핑몰 피해 급증하는데 소비자 보호는 언제?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국민이 카카오 먹통 사태를 겪은 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황이다. 국회에선 여야 구분 없이 카카오 먹통방지법안을 내놓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인수합병(M&A) 심사기준 강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 등을 논의 중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가만히 있다가 불똥을 맞은 격이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말 그대로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독과점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그 내용을 보면 시장 획정과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외에 자사우대, 최혜 대우 요구, 끼워 팔기 등 제재 기준이 담길 전망이다. 포털·메신저보단 이커머스에 어울리는 요소들이다.

독과점 심사지침이 독과점 없는 이커머스 업계로 향해있다는 의미다.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쿠팡·신세계가 3강 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사업자도 점유율이 20%를 채 넘지 못한다.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가 각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는 모습과는 다른 환경이다. 판매자와 이용자 모두 10개 이상 대체재를 가진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을 독과점 규제 대상으로 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심사지침에 언급된 최혜 대우나 끼워팔기 등은 판매자(입점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판매자에게 ‘갑질’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취지다. 물론 건전한 온라인쇼핑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판매자 보호 정책도 논의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정작 이커머스 업계서 시급하게 대책 마련이 필요한 곳은 ‘소비자 보호’ 부분이다.

오픈마켓부터 자사몰까지 다양해진 인터넷쇼핑몰에서 지금도 실시간으로 크고 작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일부 소비자는 1년 넘게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가 이커머스도 판매처로 일부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조정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격적 할인율로 소비자 결제를 유인한 후 배송·환불을 지연하거나 잠적하는 온라인몰도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온라인쇼핑몰 ‘스타일브이’, ‘오시싸’, ‘뷰티히어로’, ‘사크라스트라다’ 등에서 소비자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피해주의보’ 자료를 배포했다. 실체조차 없었던 사크라스트라다에서 최소 7억5000만원 피해규모가 발생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임시중지명령’을 내린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즉 이커머스 소비자 피해는 독과점 지위와 크게 연관이 없다. 규모가 작은 플랫폼에서도 대규모 소비자 피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오픈마켓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개 플랫폼 책임을 어디까지 강화해야할 것인지는 논의 시작에 불과하다. 개인간거래(C2C),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신유형 플랫폼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 방지장치도 확충해야 한다. 변화한 온라인 거래 환경에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체감하기 위해선 독과점 규제보다 소비자 보호 측면 논의가 시급하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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