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디어는 흙퍼다 장사하나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올해 미디어 관련 행사에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언급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우영우가 세운 성과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영우라는 콘텐츠 자체도 훌륭했지만, 우영우가 방영된 ENA가 만든 기록은 전무후무했다. 신생채널임에도 불구, 시청률 0.9%로 시작한 우영우는 마지막회인 16회에서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약 20배 넘는 성장 스토리를 보여줬다. 신생 채널은 물론, 기존 채널에서도 이런 성장세를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
문제는 ENA의 성공 이후다. 우영우에 의해 ENA가 세운 기록이, ENA를 비롯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모든 플랫폼에 족쇄로 작용하진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ENA의 성공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만 있다면 플랫폼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 가운데, 콘텐츠의 성공 뒤 정작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외면받을까봐서다.
오늘날 OTT를 비롯한 유료방송시장 전반에선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른 유료방송사와 달리 가입자 락인(Lock-in·잠금)효과가 떨어지는 OTT의 경우 수백억원을 투자해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신규 가입자는 공개 직후 잠시 늘었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빠져나갔다. 이에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금 조차 회수하지 못하면서 적자를 거듭했다. 최근 토종 OTT 왓챠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매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름 견고한 가입자 기반을 가진 유료방송사에게도 이는 멀지 않은 미래다. IPTV(인터넷TV)를 제외 다른 유료방송사의 가입자는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평균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6개월 평균 3600만5812명으로 지난 하반기 대비 37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하반기 증가폭(53만명대)보다 둔화된 수치다. 특히 케이블TV(SO)와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각각 1282만4705명, 297만7656명으로 직전 반기 대비 10만2758명, 4만2568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이 가운데 제작비는 수년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시리즈물 기준, 제작비 편당 10억원은 우스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평균 제작비는 편당 2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콘텐츠 제작비 재원은 한정적이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시장은 ‘규모의 경제’ 싸움인 가운데, 국내 기업은 작은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월 구독료 혹은 수신료(시청자가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에 의존해야 한다. 그 와중에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낮다. 국내와 비교해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유료방송 요금은 대략 8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을 확대하는데 법적인 제약도 많다. 방송업계의 대표 주 수익원인 광고만 해도 그렇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스마트미디어서비스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신유형 광고 ‘채널전환공간광고’(재핑광고) 서비스는 광고주들의 환영에도 불구, 시청자의 반발 속에 오히려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 편의성 증진을 위해 방송광고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적인 방송광고 상품 개발에 대한 논의도 자연히 소홀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플랫폼의 경쟁력인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방송 재원의 외부 충당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내 네거티브 광고 규제를 완화해 재원 확보를 돕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시작으로 미디어시장의 재원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 혹은 지원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늦지 않게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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