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MWC23결산]② 망사용료 놓고 통신사 vs. 콘텐츠사 날선 공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대형 트래픽을 유발하는 회사들은 망 투자에 기여를 해야 한다.” vs “망사용료는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결국 소비자 편익을 해칠 것이다.”

지난 2월27일부터 3월2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는 망 이용대가 지불을 두고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사이 찬반 논쟁이 전개됐다.

통신사는 대규모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키는 빅테크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P는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망 이용대가를 내면 결국 콘텐츠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망 이용대가 분담에 대한 논의는 개막 첫날이었던 지난달 27일 첫 공식 기조연설부터 시작됐다.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사진1>은 이날 키노트 ‘열린 미래의 비전’ 세션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막대한 (통신망)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의가 통신사와 빅테크 간 분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분법적 선택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기조연설에 참여한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의 크리스텔 하이드만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의 통신망 ‘무임승차’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 사용으로 이익을 얻는 빅테크가 인프라 투자를 충당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촉구한다”며 “통신사는 현재 트래픽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과도한 지출을 혼자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CP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초 선임된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대표<사진2>는 지난달 28일 기조연설에서 망 투자 분담에 대한 통신사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매출의 절반가량인 600억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했고 10억달러 이상을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구축에 투입했다”며 이미 투자에 나서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구독자들이 구독료로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불 중인데 회사들까지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이라며 ‘이중과금’ 문제를 지적했다.

피터스 CEO는 또 “통신사에 대한 ‘세금’은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쳐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할 것”이라며 “유료 TV 시절처럼 오히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며 맞불을 놨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분쟁은 2019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관련 소송을 시작하며 국내에서 본격화 했다. 여기에 유럽 통신업계도 글로벌 CP들에 망 이용대가 분담을 요구하고 나서며 이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확전됐다.

EU는 올해 빅테크에 데이터 트래픽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기가비트연결법(가칭)’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 국회 역시 국내 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정당한 망 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지난달 28일 MWC 현장에서는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와 40개 유럽 통신사 및 제조사로 구성된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박정호 SK그룹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우리 인터넷망을 30% 넘게 사용하고 있다”며 “전체 생태계를 위해 그들의 수익을 (망 투자로) 전환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