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장 눈독 들이는 증권사, 날개 편 곳 어디?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이하 ST)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는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증권업계가 관련 시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전통 금융권이 다뤄보지 않았던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돼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가 가능해진 만큼, 각자 셈법에 따라 시장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최근 가상자산영역에서 리딩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ST 사업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 중 ST 진출에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다. 다른 증권사 역시 ST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가시권 안에 들지 않았다.
지난 2월 초 나온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사가 ST 계좌관리기관업, 발행업, 장외거래중개업 등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법규가 완비되기 전에 각자 방식대로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각 증권사는 ST라는 새로운 증권이 출현하게 된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과 투자수익을 원하는 고객을 연결해 주는 데 있어 자본시장 역할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ST 시장 선점 위해 각축전
우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영위할 수 있는 사업 영역 중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증권사는 2021년 7월 디지털자산TF를 출범시켜 비증권형 가상자산 커스터디, 매매 대행, 장외 중개 등 서비스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법인 설립을 준비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토지신탁과 협약을 통해 신탁수익증권 방식의 ST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미술품과 음원 등 주요 조각투자업체와 협업을 통해 빠르면 올해 3분기 중 ST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와 같은 자사 트레이딩앱에서 ST를 거래하게 하는 방식으로 구축 중이다.
새로운 증권에 적합한 상품을 만든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상대적으로 테크 기업에 뒤쳐져 있던 금융의 디지털화를 앞서 준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ST 전담 조직을 꾸렸다"라며 "기존 증권과 새로운 ST 시장을 통틀어 통합 1등을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도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 보안 토큰 발행 플랫폼 업체, 자산 소싱 업체 등 다양한 업체와 제휴해 ST 얼라이언스 구축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 중 하나다. 이 얼라이언스를 통해 ST 플랫폼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테스트베드 역할을 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ST 플랫폼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합자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증 받았다. 이 서비스는 약 8개월간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연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에이판다가 추진하는 ST 플랫폼 서비스는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것이다. 대형 상업용 부동산부터 발전시설, 항만, 공항, 도로 등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증권 모두 올해 내로 ST 플랫폼 서비스를 다른 증권사보다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에이판다와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면서 람다256과는 자체 플랫폼 기술검증을 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B증권은 ST 발행 및 유통 인프라를 준비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ST 전담조직 구성은 미래에셋증권보다 살짝 늦었지만, 시험적으로 분산장부를 운영하고, ST 유통을 위한 매칭엔진 등 거래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매칭엔진 거래시스템은 ST 매도와 매수 거래 호가를 일으키고 거래를 체결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또 'ST 오너스'라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ST 사업자 생태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협의체는 기술기업 SK C&C를 비롯해 퀀트기반 기업 웨이브릿지 등을 포함한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ST 전담조직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라며 "지난 11월 ST발행과 유통 시스템을 내부에 구축했고, 규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통자산이라는 리츠와 비교했을 때 투자매력이 떨어질 수 있는 ST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고려대상이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들을 발행자와 협의해 구조화하는 작업은 고객 신뢰를 위해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과도기 상황인 ST시장, 증권사가 필요로 하는 것
이 가운데 아직 법제화 전까지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은 아쉬움을 낳는 대목이라는 게 증권사들 생각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 중법안을 제출하고 내년 중 법제화를 하겠다는 목표지만 확실하지 않고, 현재 방식의 규제 특례 승인이 다양한 사례 확보를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는 자산 특성 등 차이점에 집중해서 심사하는 등 간소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ST 민당정간담회에 참석했던 삼성증권 측은 "기존 심사 결과를 가능한 상세하게 공유함으로써 준수해야 하는 요건들을 미리 확인 및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자산 특성 등 차이점에 집중해서 심사하는 등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T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다양한 사업기회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증권사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조직을 바탕으로 ST 시장에서도 유동성 충족과 가격 발견 등 시장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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