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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CEO 잔혹사]③ 흔들리지 않을 지배구조 해법이 필요하다

권하영
민영기업 KT를 향한 ‘외풍’ 논란은 CEO 교체기마다 끊이지 않고 반복돼 온 일이다. 이번에도 구현모 대표를 이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 1인이 최종 확정되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불만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소위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KT를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과 함께, KT 또한 불완전한 지배구조 문제로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KT의 ‘CEO 잔혹사’를 살펴보고,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 이사회는 7일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정치권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정기 주주총회까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KT가 공개 경쟁 방식으로 대표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했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현모 현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당시만 해도 후보자 비공개, 심사 및 절차도 비공개로 진행되며 ‘깜깜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 같은 잡음이 일자, 구현모 대표를 최종 후보로 올린 기존 결정을 뒤집고 다시 공개모집으로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군을 구성했다. 이들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고, 인선자문단은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요건을 기준으로 사내·외 후보 압축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는 후보자 사퇴를 선언했고, 결국 총 4인의 후보가 면접 심사를 본 끝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림 사장이 최종 선택됐다.

윤경림 사장이 최종 후보 1인으로 낙점된 것은 구현모 현 대표에 이어 또 다시 ‘KT맨’이 CEO직에 도전하게 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그동안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 KT CEO들의 ‘낙하산’ 논란에 비추어볼 때 내부 인사 승진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생각이 다르다. 여당에서는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온 참이다. 애초에 최종 4인 후보가 KT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같은 맥락에서 “주인이 없는 회사는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사실상 KT를 직격했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대부분은 정부·여당이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소유분산기업인 KT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외부 공모 당시 윤석열 캠프 출신 등 정치권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대거 몰렸다가 심사 과정에서 모두 탈락하자, ‘내부 인사’라는 꼬투리를 잡아 으름장을 놨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KT 이사회도 빌미를 준 점은 있다. 애초에 전·현직 CEO가 선임한 사외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다 보니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도 그의 영향력 아래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셀프 추천 이사회’라는 오명도 맥을 같이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전제로 주주들의 의견이 정확히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CEO가 이사를 추천하고 임명하는 지금의 구조는 안 되고, 대표 주주들이 이사를 추천해 CEO와 독립적으로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KT 내부 일각에선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미영 KT새노조위원장은 “소비자단체 추천 이사, 종업원 추천 이사, ESG 경영 관련 추천이사 등 이사회 구성 자체도 다양화시키고 분산시켜야 한다”며 “현행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윤경림 사장의 요청으로 ‘지배구조개선TF’(가칭)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배구조개선에 돌입했다. 지배구조개선TF는 ▲대표이사 선임절차 ▲사외 이사 등 이사회 구성 ▲ESG 모범규준 등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적 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윤경림 사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강조하며 “KT가 국민기업으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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