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 “분리막 없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 걱정 없다”

이건한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차세대 미래 이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에는 분리막이 없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차전지 시대에도 일차전지(1회성 건전지)가 여전히 팔리는 것처럼 경제성을 고려하면 전고체 배터리가 지금의 전지들을 모두 대체할 순 없으니까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이차전지 종합 분리막 회사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이하 에너에버)’ 관계자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리막은 이차전지의 4대 요소(양극재, 전해액, 분리막, 음극재) 중 하나로,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고 전자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는 소재다.

현재 국내에서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가 가능한 회사는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더블유씨피(WCP), 그리고 에너에버까지 3곳에 불과하다. 에너에버는 이 중 ‘건식’과 ‘습식’ 두 종류의 분리막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경쟁력을 갖췄다.


건식 분리막은 소재 필름을 기계로 당겨 전자가 통과하는 기공을 만든다. 공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화학적 처리 기법이 가미되는 습식 분리막은 건식 대비 얇고 밀도가 높아 고급 배터리 제작에 주로 사용되지만 기술 장벽이 높고 가격도 비싸다. 현재 차량용 배터리에는 주로 습식 분리막이 쓰이지만, 시장이 커짐에 따라 다변화된 분리막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에너에버의 장점이다.

다만 다가올 ‘전고체 배터리’ 시대는 에너에버와 같은 분리막 제조사에 부담 요소로 보일 수 있다. 전해질을 고체화한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상 분리막을 필요로 하지 않는 까닭이다. 게다가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기존 배터리보다 높고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 산업에선 시장의 판도를 가를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이를 두고 에너에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의 낮은 경제성, 분리막 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 등을 고려할 때 분리막 제조사로서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이 그리 큰 위협 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이르면 2025년 출시될 전망이며 업계에선 최소 2030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높은 원가와 낮은 수율 등으로 고급 차종 일부에만 쓰이는 등 완전한 대중화까진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고급 배터리’에 속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의 일종으로 지금의 액체 전해질 기반 이차전지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건전지로 부르는 소형 일차전지들이 일회성으로 쓰이고 버려지지만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으로 여전히 널리 쓰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분리막 제조업은 설비 가격이 높아 진입 장벽도 높다. 에너에버 관계자는 “대형 분리막 제조 라인에 필요한 코팅 장비 세팅만 해도 대당 약 800억원이 든다”며 “웬만한 중소, 중견기업만 해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대중화로 이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관련 소재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얘기다.

이에 이미 기술과 제조 기반을 보유한 기업들로 외부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에너에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경엔 상장을 계획 중이다.

현재 에너에버의 주력 고객사는 대만, 독일의 전지업체들을 비롯해 한국의 중견·대형 배터리 제조사 등 다양하다. 다만 아직 분리막 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은 중국 제조사들이 점유하고 있다. 에너에버는 “분리막의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회사의 주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북 완주에 3만2730제곱미터 규모의 대규모 제조공장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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