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명품으로 흥행한 백화점 3사, ‘MZ전문관’ 만든 이유는?

이안나
현대백화점 목동점 로비 전경
현대백화점 목동점 로비 전경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4050세대가 주 소비층이던 백화점이 젊어지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신진브랜드, 맛집들을 입점시켜 2030세대를 겨냥한 ‘MZ전문관’을 만든다. 이는 미래 고객을 선점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코로나 특수 후에도 매출 성장을 이어가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점포 개편을 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한 공간은 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좋아할 여소들로 채운다. 이들이 백화점을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목적 외에도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3일 1년에 걸친 대대적 리뉴얼 공사를 거쳐 목동점 별관에 ‘MZ전문관’을 만들었다. 기존엔 캐주얼 의류와 SPA 등 전통적인 백화점 영캐주얼 상품군 중심이었지만, 리뉴얼 후엔 MZ세대 팬덤이 있는 신진 패션 브랜드와 콘텐츠를 선보인다. 지상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있는 공간엔 패션·아웃도어·다이닝 레스토랑 등 총 227개 브랜드가 있는데, 이중 38개 브랜드는 백화점에 처음 입점하는 브랜드다.

목동점 별관은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 등을 벤치마킹했다. 더현대 서울은 신진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등 맞춤형 큐레이션을 적용, 젊은층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개점 후 2년간 방문객 8000만명 중 30대 이하 고객이 5200만명(65%)를 차지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센텀시티점 지하 2층에 영패션 전문관 ‘하이퍼 그라운드’를 열었다. 부산·경남 지역 MZ고객 눈길을 끌기 위해 전체 47개 브랜드 중 20개를 지역 단독 신규 브랜드로 채운 점이 특징이다. 동시에 예술과 쇼핑을 결합해 문화공간으로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백화점 메인 출입구엔 ‘그래피티 월’을 세워 트렌디한 감성을 조성한 점이 대표적이다.

최신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인 마켓스퀘어에선 상품을 마치 작품처럼 전시해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갤러리 카페는 넓은 공간감과 조명으로 부티크숍 카페 못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강남점과 함께 양대 백화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젊은층 공략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30대(30.4%)가 가장 높다. 백화점 주 고객층으로 여겨지던 40대(29.4%)와 50대(21.5%)보다도 비중이 커진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인기 브랜드 팝업스토어로 MZ세대를 공략한다. 지난 1~2월 리그오브레전드(LoL) 유명 프로 게임단 ‘티원(T1)’ 팝업스토어에선 첫날 오픈 전부터 500여명 1020세대 팬들이 몰렸다. 새 굿즈가 공개되는 날마다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비뉴엘 잠실점은 이달 초 ‘더 크라운’을 새롭게 만들었다. 지하 1층 광장에 있던 왕관 조형물을 대체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품과 트렌드를 한발 앞서 보여주기 위해 조성한 럭셔리 팝업 전용 공간이다. 첫 팝업스토어는 젊은층 사이 인기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다. 실제 이 브랜드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명품 상품군 내 가장 높은 신장율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 공통 취미가 셀피(사진찍기)와 캐릭터 굿즈 모으기라는 점에 착안해 국내 유명 디자인 브랜드 ‘위글위글’과도 손잡아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Z세대 고객 대상으론 다이슨과 함께 대형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다.
잠실 에비뉴엘 팝업공간 더 크라운
잠실 에비뉴엘 팝업공간 더 크라운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 특수효과로 지난해까지 전례 없는 매출 성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명품 패션·뷰티 상품을 구매한 점이 주효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지난해 매출 3조원대를 회복했고, 신세계백화점도 2021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6.4% 증가한 2조4869억원이다. 현대백화점 그룹도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넘어서며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부터 이러한 엔데믹 기저효과도 꺼져가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부문에서 해외유명 브랜드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7.2% 하락했다.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매출 감소세가 나타났다. 소비심리 위축과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국내 명품 수요 열기가 한풀 꺾인 셈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 3사 전체 매출 또한 3.7% 줄었다.

백화점 업계가 국내 명품 수요에만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백화점이 젊은 층을 공략하는 것은 비단 미래 잠재고객을 선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올해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매력이 높아진 MZ세대를 유입하는 게 실적방어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저효과가 끝났고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다보니 올해 전망을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다만 지난해는 두자릿 수로 계속 신장했지만 최근 그 신장세는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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