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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큰 손'으로 떠오른 애플… 그러나 이면엔 또 다른 위기감 [DD인사이트]

박기록
애플TV+ 'My kind of country' 유튜브 영상중
애플TV+ 'My kind of country' 유튜브 영상중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애플TV+가 매년 10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을 극장 개봉작에 쏟아붇겠다는 소식 이후, 전세계 영화계가 반색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유료 스트리밍서비스(OTT)들이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유행이 종료되면서 치열한 경쟁만 남은 레드오션으로 시장 구조가 악화됐다는 평가다. 이는 결국 경기침체와 맞물려,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투자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새로운 콘텐츠 투자의 큰 손으로 등장함에 따라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애플TV+가 미국의 전통적인 영화산업계인 헐리우드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현재 넷플릭스는 고사하고 디즈니+에도 뒤쳐져있는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수 확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21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3관왕을 수상한 '코다'(CODA)에 투자한 실적이 있긴했지만 그동안 극장 개봉작에는 매우 제한된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런점에서 이러한 애플의 결정은 다소 파격이다.

하지만 좀 더 넓게보면, 애플의 콘텐츠 투자 확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그동안 순항해왔던 '아이폰'이 상승 곡선을 멈춘 이후를 겨냥한 애플의 보다 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생각보다 내상이 깊었던 애플의 '중국 쇼크'

특히 애플이 큰 기대를 걸었던 '아이폰14 시리즈'가 지난해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가동 차질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연말연시 소비시즌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이같은 미묘한 노선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최근 JP모건 등 뉴욕 월가의 분석이다.

기존 '아이폰'을 핵심으로하는 하드웨어 매출 중심에서 애플TV+, 애플페이 등을 통한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지난 21일부터 국내 시장에서 시작된 '애플 페이'도 넓게보면 그 일환이다.

작년 4분기 애플의 실적을 보면,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207억달러(전체매출 1171억 달러)를 기록했다.

1년전인 지난 2021년 4분기 195억 달러(전체매출 1239억 달러)보다 서비스 매출은 12억 달러 이상 순증했다.

작년 4분기, 애플에겐 최악의 시즌이었음에도 애플의 서비스 사업은 소리없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애플이 막강한 사용자층을 축적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애플이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애플 뱅크'(Apple Bank)의 경우도 중요한 애플의 서비스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뱅크'의 잠재 고객은 전세계 약 10억명으로 추산되는 애플의 하드웨어 유저들이다.

또한 멀리는 '애플카'(Apple Car)가 현실화 됐을 경우, '자율주행 서비스' 분야에서 얻게딜 애플의 매출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당장 개선은 힘들겠지만 현재 애플의 전체 매출 구조에서 하드웨어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은 분명히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애플이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등지로 하드웨어 생산 라인을 옮기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매출 구조의 다변화와 안정성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애플이 느꼈던 중국 쇼크의 충격파가 컷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극장 개봉작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앞서 애플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흥행 카드인 잉글랜드프로축구리그인 EPL의 중계권 입찰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또 그보다 앞서 애플TV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향후 10년간 앱에서 모든 경기가 스트리밍서비스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는 미국 유료 스포츠 시청자들의 플랫폼이 그동안의 유료 TV에서 모바일 기반의 스트리밍 앱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따른 애플의 새로운 비즈니스 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보는 방식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개인화된 취향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비록 단초는 '중국 쇼크'에서 시작됐지만 애플이 영화, 콘텐츠, 금융(결제), 디지털 헬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삼키는 또 다른 공룡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또한 애플이 하드웨어에선 '초격차'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과연 서비스 시장에서도 명성에 걸맞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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