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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IT전문가’ 꼬리표 뗀 안철수.... 그가 선택한 마지막 승부 [DD 인사이트]

박기록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우)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사진 좌)가 18일, 합당에 합의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우)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사진 좌)가 18일, 합당에 합의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역설적이지만 주변에선, 만약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다면 ‘안철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견해도 없지 않다.

무슨 얘긴가 듣다보면 수긍할 부분이 있다.

‘안철수의 한계’란 그가 정치에 입문했을때부터 줄곧 따라다녔던 ‘IT전문가’라는 꼬리표다. 아마도 국무총리가 됐다면 그 꼬리표를 떼지 못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IT전문가’는 안철수와 기성 정치인을 구별하는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를 보다 ‘큰 인물’의 이미지로 확장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IT과학분야 말고 잘하는 게 뭐지?’ 라는 의문은 지금도 따라 다닌다.

이 때문에 국민총리가 됐더라도 국민들은 그를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만인지상’의 재상으로 보기 보다는 IT과학 전문가라는 기존의 틀에 가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 상황에선 국정 성과를 내더라도 이미 국민들의 눈높이에선 큰 감동이 아닌 당연한 결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국무총리는 권력이라기 보다는 관료로서의 역할이 더 중시된다. 스스로 정치적 역할(?)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은 자리다.

이런 연유로 그가 국무총리직을 고사했을 때, ‘스스로 IT전문가 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치인 안철수로 거듭나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인수위 출범이후, 그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늘(18일)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마침내 합당절차를 끝내고 합당을 선언했다. 통합 당명은 ‘국민의힘’이다.

이로써 오는 5월10일부터 안철수 위원장은 공동 정부의 지분을 가진, 집권 여당의 실력자(?)가 된다.

물론 그것은 외형일 뿐이다. 정글같은 정치의 세계에서 실력자로 인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권력을 창출하는 ‘정치인 안철수’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향후 ‘국민의힘’내에서 그가 국민의당 계열을 이끄는 소수파 수장에 그칠지 아니면 치열한 당내 권력 투쟁을 이겨내고 여러 계파를 아우르는 ‘거목’으로 거듭날 것인지,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는 지금부터 지켜봐야할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새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이 과정에서 ‘IT전문가’라는 꼬리표도 국민들의 인식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포용과 협치, 결기와 여유가 느껴지는 보다 진화된 안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31년전인 지난 1990년 2월, 당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는 민주 진영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정당, 공화당과 함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국회의석 3분의2가 넘는 거대 여당 내부의 치열한 권력 투쟁끝에 마침내 3년뒤 대권을 거머쥐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30년전의 역사적 데쟈뷰가 그대로 실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5년뒤를 바라보는 차기 주자로서의 ‘정치인 안철수’의 새로운 출발이 오늘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10여년전 그가 정치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서 가졌던 생각, 그리고 그 이후에 현실정치를 거치면서 겪었던 오류와 수많은 시행착오, 그 과정을 거쳐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그가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승부가 이제 시작됐다. 아무쪼록 그가 정치를 처음 시작하면서 그렸을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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