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반도체 인력난 ‘척척석사’ 해결…삼성, 계약학과 신설 [소부장반차장]

백승은
- 반도체 학·석사 5년간 500명 육성 계획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반도체 업계의 고질병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울산, 대구, 광주의 과학기술원과 손을 맞잡았다. 이번 협약으로 5년간 반도체 계약학과를 인재 500여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7일 삼성전자는 울산과기원(UNIST), 대구과기원(DGIST), 광주과기원(GIST)과 협약을 맺고 각 지역에서 체결식을 가졌다. 올 하반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고, 내년 3월부터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재력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계약학과 신설로 서울과 대전, 포항에 이어 대구, 광주, 울산에도 반도체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인재를 지속 확보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과는 학·석 통합으로 운영되며 기간은 총 5년이다. 연간 ▲UNIST 40명 ▲DGIST 30명 ▲GIST 30명을 모집해 5년간 500명의 반도체 인력을 키워 낼 예정이다. 이번 계약학과에는 기존 설계 및 소프트웨어 커리큘럼에 공정 분야까지 더해졌다.

◆매년 전문가 1500명 필요한데 졸업생은 절반 남짓…2029년에는 인재 450명 배출

삼성전자는 오는 2029년부터는 매년 7개 반도체 계약학과에서 450명의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현재 대학교 연계 계약학과를 통해 260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200명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가장 해묵은 문제 중 하나가 인력난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업계의 문제 중 1순위가 인력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전공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 때문에 반도체 관련 학과를 진학하지 않거나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매년 반도체 현장에서 필요한 신규 인력은 연간 1500여명이지만 연간 반도체 관련 전공자는 절반도 못 미치는 600~700명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오는 2031년에는 반도체 학·석·박사급 인력이 5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반도체 원천 기술 확보에 필수적인 석·박사급 고급 인력의 공백은 5000여명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계약학과를 운영하며 등록금 전액을 삼성전자가 부담하고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취업을 보장하는 등 각종 혜택을 앞세웠다. 그렇지만 지난해 합격자의 상당수가 등록을 포기하는 등 운영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인력난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수도권 외 지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살리는 측면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전했다.

한편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팔을 걷었다. 정부는 지난 2월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을 내놨다.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연구개발(R&D) 자금을 마련하고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업에 참가하며, 2023년부터 2032년까지 9년간 2228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석·박사급 반도체 인력을 2365명 이상 키울 계획이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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