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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과 ‘주식 교환’ 추진하겠단 SK이노베이션…왜?

이건한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SK온 IPO(기업공개) 이전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SK온에 대한 주주권 기회를 부여하려 한다. 만약 IPO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SK온의 투자 성과 일부를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 SK온 분할 반대 주주, SK이노 잔류 주주 모두 만족시킬 '묘안'

김 부문장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의 IPO(2025년 이후) 즈음에 SK이노베이션과 주식 교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먼저 공개매수를 통해 주주들로부터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교환 기준에 따라 SK온 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금을 사용한 매수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주식 교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공개매수와 차이가 있다.

또 취득한 SK이노베이션의 자기 주식은 소각을 추진, SK이노베이션의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방침이다. 김 부문장은 “주식 교환 규모는 교환 시점의 기업가치와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정도에 따라 유동성일 것”이라면서도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이 17조3090억원이니 현재 기준으론 최소 1조7000억원 규모가 된다.

이 같은 주식 교환은 2021년 10월 SK온 물적분할 당시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의 독립을 반대하던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불만에 대응하는 한편, 상장 시점에 독립한 SK온에 대해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우선 부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SK온이 상장 직후 가치가 오를 경우 주주에겐 이익이다.

또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 주주는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SK온의 투자 성과도 SK이노베이션 주주와 SK온이 나눈다. IPO 이후 구주매출(주식양도) 대금은 SK이노베이션이, 신주 모집대금은 SK온이 사용한다. SK온은 이를 배터리 사업 확장 등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사용한다. SK이노베이션에 귀속되는 구주매출 대금은 일정 부분이 특별 배당을 통해 회사 주주들에게 활용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2024, 2025 사업연도 배당 가이드라인은 최소 주당 2000원 수준의 현금배당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기존에는 배당성향 30% 수준을 지향했지만, 운영자금 증가와 대외 투자 증가에 따른 재무 부담에 늘어남에 따라 배당 정책을 ‘주당 배당금’ 기준으로 변경하는 안을 고려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00원은 SK이노베이션은 적자 발생으로 배당 지급이 없었던 2014년,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최소 2000원 이상의 배당을 실시해온 점을 고려해 설정된 금액이다.

이와 함께 당분간 사업 확장을 위해 SK이노베이션 및 계열사들의 대외 투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무리한 배당성향 상향보다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금의 전략적 투자에 더 무게를 둔 정책이기도 하다.

◆ 정부가 권장하는 모자회사 주주교환, SK온이 첫 시도

이날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주식교환 방식의 주주가치 제고안은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김 부문장은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배경으로 ‘주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흐름’을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1년 전(주당 약 20만원)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김 부문장은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주주 환원 정책은 회사가 가진 재원을 활용해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가 흐름에 비춰보면 기대 대비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이에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요구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이 처한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면 과거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주식 교환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 고안한 방식이 아니다. 김 부문장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에서 자회사의 물적 분할 상장 시 모회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모자회사 주식 교환 방식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방식으로,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건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신규 주주가치 제고안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은 뜨겁다. 이날 오전 관련 정책 공시 직후부터 움직인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2만2700원(+13.8%) 오른 18만7200원을 기록했다. 올해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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