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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얼룩진 ‘블리자드’ 기업문화, MS 인수 후 개선될까?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글로벌 각국 규제기관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인수합병(M&A) 추진에 점차적으로 빗장을 열고 있다. 이번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 고질적인 기업문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오랜 기간 직장 내 성범죄와 성차별 피해자 호소를 묵인했다는 논란을 받고 있다. 남성 중심 기업 문화가 드러나면서 내홍을 겪었고, 이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남녀 불평등 환경 조성으로 고발했다. DFEH 측 소송 제기 이후 500건이 넘는 사내 괴롭힘과 성폭행, 성차별 등 피해 사례가 회사 측에 접수됐다.

한 여직원은 지난 2018년 바비 코틱 액티비전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장 상사로부터 사무실에서 성폭행 당했다고 호소했다. 결국 이 직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DFEH는 “회사 내에서 남성 직원들이 고인의 누드 사진을 돌려봤다”고 주장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를 알게 된 블리자드 직원들은 사내 성차별·성희롱 논란으로 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남직원들은 근무 시간에 게임을 하며 여직원에게 업무를 떠넘기고, 임신 가능성을 이유로 여직원 승진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 코틱 CEO도 사내 성폭력에 일부 가담하고 마이크 모하임 창립자 또한 묵인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당시 주요 외신들의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그제서야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성폭력 및 차별 논란에 연루된 직원 37명을 해고하고 44명을 징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이러한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고의로 숨겼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증권거래법 위반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 SEC는 액티비전블리자드에 대해 ▲사내 위법 행위를 단속하고 처리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점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 규정을 어긴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제이슨 버트(Jason Burt) SEC 덴버 오피스 디렉터는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직장 내 위법 행위에 대한 직원 불만을 수집·검토하는 데 필요한 통제를 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더 큰 문제가 존재하는 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전 직원들이 미 증권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위원회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을 막은 것 역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 SEC는 액티비전블리자드에 한화 약 44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해당 결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지난 2021년 9월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제기한 사내 성추행 사건 소송에선 피해자들을 위해 1800만달러(한화 약 225억원) 보상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EEOC는 업계 종사자들이 괴롭힘과 보복이 없는 직장을 보장하기 위해 이곳 관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기금은 직·간접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으로 사용된다.

액티비전블리자드 M&A에 나선 MS도 지난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기 전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MS에선 사내정치와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직원 성과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스택랭킹’(Stack Ranking)을 내부 평가 제도로 운영해왔다.

이는 현재 모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ABK)에서 채택하고 있는 평가 제도로도 유명하다. 사내 경쟁을 격화시키는 문제로 제기돼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이언 버밍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전 공동 디렉터는 지난 1월 이 문제로 퇴사했다. 그는 올해 특정 직원 등급을 ‘성공적’(Successful)에서 ‘발전 중’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며 해당 제도 불합리함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나델라 CEO 취임 후 MS는 스택랭킹을 폐지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자율평가를 도입하면서 소통을 중심으로 개방적인 사내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피드백이라는 단어 사용 자체도 금지했다. 평가 관련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MS는 지난 2019년 미국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M&A 이후 액티비전블리자드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나델라 CEO는 M&A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내 조직 문화를 바로잡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액티비전블리자드 사내문화 개선을 자신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목표와 작업을 지지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문화를 계속해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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