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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아슬아슬한 줄타기…中, 보란 듯 美 마이크론 저격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마이크론 일본 히로시마 공장
마이크론 일본 히로시마 공장

- YMTC·SMIC 등 사업 차질 겪자 中 보복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행보 촉각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까지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 합류시키자 중국이 반격에 나선 것. 중국은 미국 마이크론을 볼모로 잡는 분위기다.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빅3’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리푸 아이씨와이즈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마이크론의 규제에 주목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국을 따르지 말라’는 경고 신호”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을 대상으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했다. 이에 대해 CAC는 “핵심적인 정보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을 보장하고 인터넷 안보 위험 예방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에 따라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마이크론은 당국과 소통하면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즈쉰 등 중국 언론은 “마이크론이 첫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은 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를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라면서 “관련 움직임 이후 최대 수혜자가 마이크론”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메모리 기업 YMTC, CXMT 등은 첨단 장비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신제품 개발 및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중국 시스템반도체를 주도하던 화웨이, SMIC 등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자국 기업은 물론 내수 생태계도 황무지로 변할 위기다. 미국은 반도체법 안전장치(가드레일) 조항으로 중국 등 우려 국가에 대한 투자 제한을 두기로 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게 될 기업은 이를 따라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권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 및 낸드 20%를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양사는 중국에 각각 33조원(시안), 35조원(우시·다롄)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보조금 수령 이후 10년간 현지 생산능력 증대는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 미만으로 한정된다. 기존 라인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투자는 어렵고 현상 유지 정도만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과 네덜란드는 최신 설비, 대만은 핵심 위탁생산 서비스를 중국에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중국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의 행동은 마이크론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른 나라의 동참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일본, 대만 등과 ‘칩4 동맹’을 결성 중인 한국으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미국에는 글로벌 장비업체와 대형 고객이 즐비하고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자 주요 생산거점이다. 양쪽 다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우리 기업에도 중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단기적 이득보다는 중국 시장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장기적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마이크론 외 다른 기업들도 중국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CSIS는 “이번 중국의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수출규제 수위를 낮추려는 목적”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움직임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내 중국 비중이 절반을 넘는 퀄컴을 비롯해 인텔, 엔비디아, AMD 등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마이크론은 이들 회사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낮은 편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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