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낭만 실종된 요즘 K-게임, 요즘 이용자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갓겜’이란 단어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게임 아이템 확률 뽑기부터 획일화된 스토리나 그래픽, ‘리니지라이크’식 캐릭터 성장 방식은 국내 게임사들이 ‘대작’이라고 내놓는 신작에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다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몰개성화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이용자는 신작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내고 있지만, 매출 순위는 여론과 또 다르다.

4일 오전 9시 기준, 넥슨 ‘피파모바일’을 제외하면 총 9개 게임이 톱10위권에 올랐다. 즉, MMORPG가 차지하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10위권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당장 해외 구글플레이 실시간 매출 톱10위권만 보더라도 국내 게임사 및 게임 이용자 편식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일본은 MMORPG가 순위권에 없다. 한국 게임 이용자와 성향이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대만은 절반에 그쳤다.

국내 게임사는 게임다운 게임, 낭만있는 게임이 아닌 ‘돈 되는 게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파격적인 연봉 인상으로 산업계를 놀라게 했던 게임업계였지만 지난해 대내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신작의 재미 실종에 흥행하지 못한 이유도 컸다.

그나마 실적이 좋았던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면, MMORPG 신작을 준비하는 곳으로선 뻔한 성공 공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사실 MMORPG라도 그 게임의 개성이나 게임성만 충분하다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건 문제가 없다.

다만 최근 나온 게임들은 새로운 지식재산권(IP)임에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임 배경 또한 마치 서로가 짜기라도 한 듯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모델 마저 혁신 없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하는 법적 규제가 마련됐지만, 말 그대로 ‘확률 공개’여서 게임산업에 끼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과도한 경쟁 유도, 수천만원까지 이를 수 있는 극악의 낮은 확률은 여전하다.

이처럼 계속되는 장르 획일화는 발전 없는 한국 게임산업 현 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다양성이 사라진 K-MMORPG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주는 국내 게임 이용자도 이제는 변해야 할 때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를 낸다.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둘 중 하나라도 한 손의 역할을 포기해야 할 때라면, 이용자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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