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손잡고 앞세운 목표다. 한국 디스플레이는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에 자리를 내어 주며 영광을 빼앗기게 됐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4년 안으로 수성을 다시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앞세웠다.
4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이 진행됐다. 이날 협약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와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요 협력업체 및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명이 자리했다.
‘K 디스플레이 초격차’를 위해 정부와 삼성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협약식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충남은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양산한 곳”이라면서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분업체계에서 부가가치가 큰 첨단 산업 분야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고, 이 분야에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D, 스마트폰 이어 IT용 OLED 확 늘린다…정부, 4200억원 규모 R&D 추진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2026년에는 IT용 OLED를 연간 1000만대 생산하고, 전체 매출에서 20%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원장(마더글라스)이라는 이름의 유리 기판이 가장 기초가 되는데, 이 원장 기판을 수십여 매의 패널로 분할해 생산된다. 즉 원장 면적이 넓을수록 패널 생산량도 높아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재 IT용 OLED 유리 기판 6세대급에서 8.6세대급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에서 IT용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양산이 시작되는 2026년에는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해 20%로 늘릴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이 적기에 투자를 유치하고, OLED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을 지원하는 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산업부가 주체적으로 OLED 생산기술 혁신, 응용제품 개발에 4200억원 규모의 R&D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의 적기 투자를 위해 인센티브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 수요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계약학과 및 현장 중심 아카데미 운영 등을 통해 9000명의 선도인력을 양성한다.
작년 정부는 ‘6대 첨단 산업’에 디스플레이 산업을 채택했다. 또 지난 3월 윤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2026년까지 6대 첨단 산업 분야에 총 55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오늘 협약식은 첨단 산업 육성전략의 첫 이행이다.
지난달 삼성이 발표한 ‘10년간 60조1000억원’ 투자 계획의 첫 행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은 ▲충청 ▲경상 ▲호남 등 전국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10년에 걸쳐 60조100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패키지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스마트폰 ▲전기 부품 등 특화 사업을 지정해 투자를 집행한다. 충남 아산 IT용 OLED 투자는 이 중 첫걸음을 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민간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OLED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 지원을 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견지하도록 만들겠다”라며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 초기부터 함께 성장한 중소, 중견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을 더욱 높여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과 생태계를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