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체가 배터리 시장 Top3...‘BYD 돌풍' 비결은?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중국의 BYD(비야디)가 전기차·배터리 시장 양쪽 모두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와 달리 이미 내재화된 배터리 기술, 다양한 친환경차 포트폴리오가 핵심 경쟁력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달 공개한 ‘2022년 글로벌 Top10 배터리 업체 판매 실적’ 통계에 따르면 BYD는 배터리 전문 제조사인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매출 점유율 9.6%, 배터리 출하량 12.2%로 3위에 올랐다. 4~6위는 배터리 전문 제조사인 삼성SDI, SK온, 파나소닉이다.
올해 1~2월 차량 등록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에서도 BYD는 전년 동기 대비 122.6%의 성장률을 나타내 2위에 기록됐다. 같은 중국 기업이 보다 압도적인 매출과 점유율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그사이 완성차 업체로 알려진 BYD의 약진도 만만치 않단 평가가 나온다.
▲2022년 글로벌 Top10 배터리 업체별 판매 실적
▲2023년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테슬라,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제조사들은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를 중요한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필요 없는 전기차는 배터리가 엔진만큼의 핵심부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양질의 배터리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한국의 배터리 3사,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일부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부품 가격 협상력과 완제품 가격 경쟁력, 성능 차별화 등을 꾀하려면 배터리 내재화를 실현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시작으로 양산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낸 완성차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배터리 분야의 높은 기술 장벽 때문이다.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좋게 보아야 ‘가격 협상 주도권을 완전히 뺏기지 않기 위함’이란 평가다.
◆ 중국 전기차 시장 1위 BYD, 태생은 배터리 제조사
BYD는 다르다. 자체 개발 전기차, 배터리 모두 이미 주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BYD가 걸어온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BYD는 사실 배터리 제조사였다. 1995년 설립된 전신 ‘BYD실업’은 휴대폰용 소형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다. 2003년 중국 시안 지방정부 소유 국영기업인 시안친촨자동차(西安秦川汽车)를 인수한 것이 BYD가 자동차 제조사로 변모한 계기였다.
친촨자동차는 내연기관차 제조사였지만 BYD는 배터리 기술을 접목해 일찍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는 당시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제품 우대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큰 성공을 거뒀고, BYD가 완성차 업체로서 급성장한 토대가 됐다.
현재 BYD는 소수의 전략모델 중심으로 전기차 라인업의 점진적 확대를 꾀하고 있는 여타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이미 ▲세단 ▲크로스오버 ▲MPV ▲SUV ▲상용차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LFP는 널리 쓰이는 삼원계(NCM, NCA 등) 배터리 대비 가격은 저렴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BYD는 납작하고 칼날처럼 생긴 디자인과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배터리 팩에 직접 조립할 수 있는 Cell To Pack(CTP) 기술을 적용한 블레이드 배터리로 이 같은 단점을 일부 상쇄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 모델Y 일부와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일부에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되기도 했다.
또한 이미 6개 대륙 50개 국가, 200개 도시에서 BYD의 전기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42%로 1위를 기록 중인 BYD가 배터리 시장에서도 전문 제조사 이상의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 수출은 '가성비' 힘 못 써...현지공장 설립, 이미지 개선이 과제
BYD는 최근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도 내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이미 독일, 스웨덴, 이스라엘, 태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15개 국가에 진출해 있고 인도, 태국, 브라질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수출량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 1월까지 3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했지만 2022년 전체 판매량(약 187만대)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BYD의 해외시장 성공을 위한 과제로 ‘가성비 외 강점 발굴’,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을 꼽는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6일 발표한 BYD 투자 보고서에서 BYD가 유럽 시장에선 관세와 물류비, 딜러 네트워크 확충 비용을 고려해 수출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서 BYD 전기차 가격은 동일 모델 기준 중국보다 2배 이상 비싼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유럽 내 현지 생산공장의 조속한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지난해 9월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BYD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BYD 브랜드는 중국 외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검증된 바 없다”며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비야디가 과거 BMW, 기아차를 연상시키는 로고에서 2022년 지금의 로고로 변경한 것도 이미지 쇄신 행보란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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