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中 BYD에 밀렸는데"…'걱정 없는' LG엔솔, 세계 1위 넘본다

김도현

- 미국·유럽 이어 일본 고객사까지 확보
- 다수 경험으로 단단해진 LG, 해외 수율 개선 진땀 SK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배터리 공세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대형 고객사 러브콜이 쏟아지는 데다 선제 구축한 글로벌 생산기지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광폭 투자 행보를 보여온 SK온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중 일본 도요타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재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요타는 내연기관 분야에서는 선두권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출시하고 연간 350만대 판매 목표를 세우면서 사업 본격화에 나선 상태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파나소닉과 손잡았다. 두 회사는 JV인 프라임플래닛에너지앤드솔루션(PPES)를 세우고 일본, 미국 등에 수조원을 들여 배터리 생산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파나소닉은 전반적인 생산능력(캐파)이 테슬라에 맞춰져 있다. 아울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현지 대응이 시급해졌다. 도요타로서는 오는 2025년까지 북미에만 250기가와트시(GWh) 이상 캐파를 갖출 LG에너지솔루션은 최적의 파트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또 다른 강점은 축적된 생산 역량이다. 진작부터 폴란드, 미국 등에 진출하면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 등 매를 먼저 맞았다. 이러한 경험은 현시점에서 경쟁사 대비 앞선 양산 기술을 갖추게 했다. 선순환 효과로 배터리 노하우가 풍부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주문 또는 제의가 몰리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포드가 대표적이다. 포드는 미국과 튀르키예에서 공동 공장을 구축하기로 한 SK온이 주요 협력사다. 하지만 SK온이 해외 신공장 수율 개선, 투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포드의 우려가 커졌다는 후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원 사격, 미국 및 헝가리 생산기지 수율 향상 등으로 한숨 돌렸으나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포드가 유럽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SK온이 확신을 주지 않을 시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배터리 제조사와 현지 JV 설립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이다. 이미 ▲폭스바겐 ▲GM ▲포드 ▲스텔란티스 ▲르노닛산 ▲현대기아차 ▲BMW ▲혼다 등 자동차 회사 톱10 중 8곳과 배터리 거래를 텄거나 계약을 맺은 상태다.

도요타까지 포함되면 9곳으로 늘고 이외에도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비롯해 이스즈, 아우디, 포스쉐, 재규어, 루시드 등 20여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외국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일본 시장까지 공략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전 세계 자동차 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업을 원하게 됐다.

고객사 다변화가 지속 이뤄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액은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370조원이다. 올해로 접어들면서 400조원을 넘어 500조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흐름에 LG에너지솔루션은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4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BYD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12.3%로 전년동기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든든한 우군들이 있는 만큼 걱정 없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사진>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실행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만들어 더 큰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사내에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는 “2023년 1분기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로운 JV 또는 대형 계약이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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