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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결산/2차전지] 전기차 시대 성큼…글로벌 공급망 대전환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2022년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으나 배터리 업계만큼은 예외였다.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후방업체로 낙수효과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회사와 협력사 간 협업이 한층 강화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영내 생태계 보호 및 중국 견제에 나선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전기차 산업으로까지 일부 확산한 것은 성장세 유지 여부의 관건이다.

◆너도나도 짓는 배터리 공장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미뤄졌던 공사가 재개하면서 주요 기업의 증설에 속도가 붙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JV)인 얼티엄셀즈는 지난달부터 1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2공장은 내년, 3공장은 내후년쯤 양산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도 JV 세우기로 한데다 자체 공장 확장할 계획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체 생산능력(캐파) 중 절반 정도가 북미에서 나오게 된다. 동시에 한국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캐파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

SK온 역시 올해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포드와 JV인 블루오벌SK는 미국은 물론 터키 등에 신공장을 짓기로 했다. 장비 주문에 들어가는 등 해외 생산기지 마련을 본격화했다. 기존 중국과 헝가리에서도 연이은 투자가 단행되는 만큼 생산량을 급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진출 시 겪었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문제를 현지 사업장에서 마주했다. 꾸준히 개선 중인 만큼 내년에는 안정적인 운영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더디게 움직이던 삼성SDI도 기지개를 켰다.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과감한 투자도 나올 전망이다. 우선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설립하난 첫 셀 라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원통형 공장 증설, 국내에는 전고체전지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서는 등 현재와 미래를 동시 준비 중이다. 복수의 고객사와 JV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추가 투자 소식도 들려올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보유 중인 중국의 CATL, BYD는 물론 궈쉬안, S볼트 등 중소업체까지 작지 않은 금액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 고객사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무대를 넓히면서 한국과 일본 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역시 테슬라 위주 사업을 펼치던 파나소닉이 고객사 다변화, 캐파 향상 등을 목표로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 3사 외에도 유럽 신생 배터리 기업, 글로벌 완성차업체 등도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점한 우리나라 장비사들은 해외 고객사 확보에 여념이 있다. 다만 전 세계 경기침체로 스타트업 수준의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 어려워진 점, 완성차업체가 단기간 배터리 라인 꾸리기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기성 배터리 제조사의 영향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막 오른 공급망 재편

앞서 언급한 대로 IRA와 CRMA 이슈가 등장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는 비상이다. 2개 법안은 그동안 중국 위주로 형성된 광물과 소재 생태계를 뜯어고치는 한편 내수 시장 활성화가 골자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들은 남미와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원재료 조달처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거나 협력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소재사와 직거래하거나 현지에서 로비활동을 하는 등 협력사 지원 사격에 나선 상태다.

각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 모색에 나섰다. 자국 기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고위 관계자 등이 원재료 또는 배터리 주도권을 갖춘 나라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다양한 업무협약(MOU)과 계약이 체결되는 ‘합종연횡’의 그림이 그려졌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영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됐다. 완성차 공룡이 즐비한 미국, 유럽이 주도권을 쥔 채 배터리 기업을 불러들이는 모양새다.

◆힘 있는 자만 살아남을 2023년

올해 전기차 산업은 전년대비 약 50% 성장하면서 1000만대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30%에 가까운 성장률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시장 자체가 꾸준히 커지는 만큼 업체 간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투자비가 대폭 상향된데다 배터리 사업 특성상 이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차별화 기술 개발 또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후발주자가 추격하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것처럼 관련 업체들도 교통정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주요 기업이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거나 또 다른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변수는 글로벌 경제 반등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부정적 분위기가 길어질 경우 전기차 시장마저도 침체할 수 있다.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이제야 하나둘씩 흑자 전환하는 상황에서 재차 적차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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