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2022년 호황에 활짝 웃은 사이버보안 기업들··· ‘사상 최대 실적’ 랠리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주요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2022년 실적이 대부분 공개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를 통해 각 기업들의 재무상태나 손익계산서를 파악할 수 있다.

2022년은 사이버보안 업계에게 있어 성공적인 한해였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수요 및 클라우드 도입 증가의 혜택을 누렸다. 큼직한 보안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DART 공시 자료. SK쉴더스는 사이버보안 사업부문만 반영, 사업별 영업이익은 발표하지 않아 미반영. (단위: 백만원)
DART 공시 자료. SK쉴더스는 사이버보안 사업부문만 반영, 사업별 영업이익은 발표하지 않아 미반영. (단위: 백만원)

◆업계 1~5위 기업 나란히 성장··· 올해도 날씨는 맑음?

사이버보안 업계 매출 1위인 SK쉴더스를 비롯해 안랩, 시큐아이, 이글루코퍼레이션, 윈스 등 기업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SK쉴더스는 사이버시큐리티 사업부문 만으로 매출 3887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15.9% 성장한 수치다. 별도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는 매출 4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웨덴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심사다.

더딘 성장률이 단점이라고 지적받아왔던 안랩도 성장 속도에 탄력을 붙였다. 매출액 2279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으로 전년대비 9.8%, 17.6%가량 성장했다. 간판 제품인 ‘V3’나 네트워크 방화벽 ‘트러스트 가드’ 등 전통적인 보안 제품군의 성장이 두드러진 결과다.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보안 오케스트레이션 자동화 및 대응(SOAR),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등도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중이다.

삼성SDS의 사이버보안 계열사인 시큐아이도 매출액 1376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140억원으로,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새 타사 제품을 대신 판매하는 사업의 비중을 줄인 영향으로 평가된다.

업계 매출액 기준 4·5위인 이글루코퍼레이션, 윈스에게 2022년은 연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해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은 매출액 1030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고 윈스는 매출액 1014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이글루코퍼레이션의 경우 NHN으로부터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파이오링크의 매출까지 합친다면 시큐아이를 넘는 3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그간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인공지능(AI)에 투자해온 이력도 ‘챗GPT’의 흥행 이후 강점으로 자리하게 됐다.

윈스의 경우 연초부터 분산서비스 거부(DDoS) 공격이 늘어남에 따라 주력 제품인 침입방지시스템(IPS)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한 이동통신기업은 디도스 공격으로 서비스 장애를 겪음에 따라 올해 사이버보안에 기존 3배 규모인 1000억원상당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약진 중인 중소기업들··· 3~5년 뒤에는 역전?

사이버보안 업계는 100억~300억원 대 매출 규모를 지닌 중소기업이 특히 많다는 특징을 지닌다. 사이버보안이라고 묶더라도 요소요소별 고유의 시장이 있는 탓이다. 네트워크 보안만 하더라도 방화벽과 IPS, 보안스위치, 시큐어 웹 게이트웨이(SWG)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데, 각 시장별로 다른 기업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 예다.

중소기업들 중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이글루코퍼레이션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파이오링크다. 파이오링크는 2022년 매출액 616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으로 전년대비 13.4%, 4.2% 늘었다. 2020년 실적 대비로는 54.7%, 75% 성장했다. 주력 제품인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콘트롤러(ADC)와 보안스위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컨설팅 및 관제사업에서도 점차 성장하는 중이다.

핀테크 보안기업인 아톤도 전년에 이어 올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액 447억원으로 전년대비 3.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11.9% 줄었다. 여느 기업에 비해 성장률이 저조한 편인데 이는 작년 매출액 49%, 영업이익 341.4%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데이터베이스(DB) 보안기업인 피앤피시큐어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500억원을 넘었다. 매출액 526억원, 영업이익 262억원으로 22.1%, 10.8% 증가했다. 피앤피시큐어의 영억이익률은 49.8%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매출액 4배 수준인 안랩과 영업이익은 유사하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1위 기업인 파수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9년, 2020년에는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로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1년, 2022년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 441억원, 영업이익 51억원으로 전년대비 4.6%, 22.8% 성장했다.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및 EDR 분야 1위인 지니언스도 매출액 384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전년대비 20.4%, 17.1%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NAC와 EDR 모두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을 위한 주요 기술로 손꼽히는 만큼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파수와 지니언스는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 중에서는 드물게도 미국 사업 진출에 도전 중이라는 특징이 있다. 국내 사이버보안 시장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중소기업들이 난립함에 따라 제품 경쟁력보다는 저가수주 및 영업에 힘을 쏟게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황 속에도 웃지 못하는 기업들··· 반등 성공할까

주요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나란히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DRM 시장에서 파수와 경쟁 중인 소프트캠프는 매출액 190억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8.4% 늘었으나 매출은 전년대비 7.5% 줄었다. 소프트캠프는 시장 상황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으나 다른 기업들이 고르게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영상 DRM 기업인 마크애니도 매출액이 7.2% 줄었든 22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78% 성장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영상보안에 집중해온 마크애니는 올 하반기 수술실 폐쇄회로(CC)TV 의무화에 따른 자사 제품 판매 증가에 기대를 거는 중이다.

이메일 보안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란지교시큐리티도 역성장했다. 매출액 197억원, 영업이익 8억원으로 전년대비 4.3%, 46.9% 하락했다. 계열사로 모비젠과 에스에스알을 두고 있는데 계열사들의 실적이 들쭉날쭉한 데다 사법 리스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남에 따라 곤란을 겪는 중이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의 자동차보안 자회사인 아우토크립트는 매출액 130억원으로 전년대비 67.3%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것은 영업손실이 147억원으로, 매출액보다도 높다는 점이다. 이제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야겠으나 적자가 지속해서 쌓이고 있다. 우선주 발행으로 위기를 해소하고 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