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국회가 기업 부담 덜어 달라”…김기현 “기업이 모래주머니 달고 뛰면 안 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국내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수장과 집권여당 대표가 만나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패권 경쟁 지원 방안을 도모했다.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과 경제인들은 다양한 규제 완화 및 국회의 전폭적 지원을 요구했으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대한상의는 12일 서울시 중구 상의회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일부 지도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재계 임원, 지역별 상공회의소 회장 등 25인이 모인 가운데 여당에 주요 입법과제 건의서를 전달하는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첨단산업 육성과 관련해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당정이 긴밀하게 협력해 경제계는 큰 힘이 되고 있다. K-칩스법 통과로 기업의 대규모 투자 부담이 줄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발표된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은 ‘뜻하지 않은 선물’이었다”며 “앞으로도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속도감 있게 잘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경기가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며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유지는 아주 중요하고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따라서 국회가 기업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최 회장의 말대로 국내 제조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기업의 66.3%가 적자를 내거나 손익분기 상황이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에 김 대표는 “3대 경제주체인 가계, 정부, 기업 중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은 단연코 민간기업”이라며 “기업이 어렵다는 건 가계와 정부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 악화는 일자리 감소와 가계 위기 촉발,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무력하게 한다. 국민의힘은 민간부분 활성화를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단 정책 방향을 가진 정당”이라며 “기업의 자구책도 우선되어야 하지만 국내 기업이 해외 업체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 규제와 세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전방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여당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지도부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다양한 제언과 조언을 달라”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상의 측은 이날 조속입법 과제로 ▲기업의 투자·수출 애로 해소 ▲신산업 관련규제 신속정비 ▲메가샌드박스 도입 ▲금산분리규제 개선 ▲경제형벌 완화 등을 제시했다. 주로 기업의 투자와 수출 관련 애로사항 해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상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출 규모는 6개월째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적자 상태다. 또한 제조업 생산은 5개월 연속 감소, 기업 재고 19개월 연속 증가 등 기업의 수출과 판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속추진 과제는 ▲근로시간 유연화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의원입법 영향평가제도 도입을 꼽았다. 국회 차원에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과제들이다.
우태희 상의 상근부회장은 특히 “주 69시간이라는 극단적 예시에 휘말리지 말고 노동개혁의 첫 단추인 법안을 정부 원안대로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애매한 법조항으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 중인 중대재해처벌법도 사고 예방이란 법 취지에 맞게 보완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신중입법 과제로는 ▲노란봉투법 ▲ESG 공시의무 법제화 등을 지목했다. 상의는 노란봉투법 개정 추진이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ESG 공시의무화도 공시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간담회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난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도 “건의한 내용 수준의 대화였다”며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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