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1세대 이커머스 생존법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큐텐이 지난해 티몬을 시작으로 올해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치열히 경쟁하던 위메프와 티몬은 점차 다른 색깔을 갖추는가 싶더니 어느덧 큐텐이라는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됐다.

위메프와 티몬이 한 식구가 된다는 건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지만,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선 필연적인 결과였을까. 최근 1~2년간 이커머스 인수합병 소식이 끊이지 않았는데 주로 그 대상은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인터파크, 다나와부터 이번 위메프, 티몬까지 한때 국내 이커머스를 대표했던 기업들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사례다.

회사 매각을 경험한 취재원은 “그간 일했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슬픈 감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계약이 확정된 후에야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새로운 대표를 맞이하는 임직원 입장에선 아쉬운 감정이 클 수밖에 없다. 경쟁이 워낙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회사 매각 소식은 과거와는 달라진 위상을 직면하게 하고 왠지 모를 패배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1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이커머스 업체 매각이 계속되자 이를 두고 1세대 이커머스 퇴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1세대 이커머스 매각을 반대로 보면 퇴장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비록 회사 주인은 바뀌지만 그간 쌓아온 인지도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브랜드를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마켓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후에야 다시 서비스 고도화가 시작됐고 최근 같은 계열사들과 협업도 크게 늘었다. 인터파크는 투어·티켓과 커머스 부문이 쪼개졌지만 각각 야놀자와 큐텐에 속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위메프와 티몬도 각개전투보단 큐텐 인프라를 활용하고 협업하면서 그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쿠팡 같이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 기업과 무신사·컬리 등 전폭적인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점점 양극화하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은 스타트업 시기는 지났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엔 부담인 상황. 즉 신규 투자를 받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군다나 투자를 받는데 있어 어느 때보다 ‘수익성’이 중시되는 이때 티몬과 위메프는 재무건전성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큐텐에 인수된 것은 이들이 다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위메프·티몬은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고 하나 플랫폼 인지도는 물론 충성고객도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이 생존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집객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300~400만명에 달한다. 이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시에 과거 ‘지마켓 신화’를 이룬 구영배 대표가 명확한 방향성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큐텐을 아시아 통합 시장 목표로 키우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들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고객 선택지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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