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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리브엠 정식 승인 그후…요금·점유율 규제 향방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사실상 정식 승인하면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 길이 열렸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알뜰폰)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금융법은 금융업무를 ▲고유업무 ▲겸영업무 ▲부수업무로 구분하는데, 부수업무에 통신업을 넣게 되면 은행이 자유롭게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규제특례를 통해 지난 4년(기본 2년+연장 2년)간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오는 16일 규제특례 기간이 끝나기 전, 이와 같은 규제완화로 앞으로도 무리 없이 알뜰폰 사업을 하게 된 것이죠.

기존 알뜰폰 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물론 타 은행들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생겼으니까요. 당초 알뜰폰 업계는 대형 자본을 가진 금융 알뜰폰이 유발할 출혈경쟁을 우려, 통신요금 및 시장 점유율 규제를 주장해 왔는데요.

예를 들어 요금의 경우 금융 알뜰폰은 도매대가 즉 원가 이하로 요금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해 과다경쟁을 방지하고, 시장 점유율 역시 현재 통신사 계열 알뜰폰이 그러하듯 특정 점유율 미만으로 제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번 부수업무 지정에 있어 이같은 규제를 따로 두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은행은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보호, 과당경쟁 방지 및 노사간 상호 업무협의 등 조치를 마련·운영하고, 이를 금융위에 매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알뜰폰 업계는 매년 보고 사항에 그친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알뜰폰 업계가 요구해 온 규제와 비슷한 맥락이 ‘과당경쟁 방지’인데, 국민은행이 과연 어떤 내용의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부수업무 지정과 함께 국민은행 측에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보다 낮은 수준의 요금을 책정하지 않겠다” “가격 경쟁 측면에서 중소 사업자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금융위 측에 “도매대가의 90% 미만으로 요금을 책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반드시 도매대가 100% 이상으로 요금을 책정하라는 알뜰폰 업계의 요구에 그나마 내놓은 중재안으로 보입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저렴한 요금제를 팔수록 이득인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금융 알뜰폰의 출혈경쟁 유도가 중소 업체 도산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이 저해되는 경우인 것이죠.

점유율 규제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금융위의 경우 점유율 규제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넘겼는데요. 만약 점유율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면 과기정통부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이었습니다.

즉, 점유율 규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죠. 실제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의 경우 합산 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비슷한 덩치의 은행권들에 대해서는 점유율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역차별 소리도 나올 만 합니다.

다만 아직은 점유율 규제를 논하기에 금융 알뜰폰의 존재감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닙니다. 국민은행 리브엠만 해도 가입자 수가 약 42만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올해 2월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른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3.1% 수준입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이 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금융위도 그 방안을 제출하라곤 했지만 대놓고 도매대가 100%에 맞춰 (요금 책정하라는) 얘기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의 도입 취지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에 있다”며 “금융권 알뜰폰의 진출이 도를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번지지 않고 시장 메기 역할까지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선을 잘 그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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