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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기의 소송 주인공 리플, "명확한 법, 제도 뒷받침 안된 가상자산 규제 반대"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가상자산 프로젝트 '리플'이 국내 금융당국의 증권토큰(ST) 규제 명확화 방침에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명확한 법과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최근 미국 노선에 대해선 비판했다.

리플은 2009년 리플랩스에서 은행간 이체 서비스를 위한 결제 프로토콜로 출발했으며 현재 가상자산업계의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간주하며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해 현재 약식판결 신청에 대한 판사의 승인과 판결이 남아있다. 리플이 승소할 경우 가상자산은 규제 수준이 낮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관할에 놓일 가능성이 커 가상자산 업계의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25일 리플 라훌 아드바니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금융위원회가 만든 ST 가이드라인이 업계에 규제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훌 총괄은 "이번 ST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자산인 경우 디지털자산기본법, 아닌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됐다"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분류법을 채택해 결제토큰, 유틸리티 토큰, ST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라고 평가했다.

또 규제 당국와 기업 간 적극적 소통을 통해 '민관협력'을 활성화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관련 시장을 더 활성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라훌 총괄은 한국 정책 입안자들이 가상자산 분야 규제와 이해를 위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다고 판단하고, 국내 시장이 블록체인 시장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싱가포르의 경우 가상자산을 결제 토큰으로 인정하기 위해 일찍이 결제서비스법을 개정해 업계에 명확한 규칙을 제공한 사례"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규제하에서 안심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그 결과 지난 3~4년간 핀테크 허브로 자리잡았다"라고 말했다.

라훌 총괄은 한국 역시 싱가포르와 비슷한 노선을 밟고 있기 때문에 핀테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이하 VASP)를 규제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다룰 수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특금법 취지는 좋았지만, 시행 범위가 광범위해 VASP가 아니더라도 가상자산을 활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 규제 당국 감시를 받게됐다"라며 "국내 기업이 가상자산을 취급하는데 더욱 신중해지면서 한국 가상자산 분야 혁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서 리플이 발간했던 '한국 블록체인 정책 연구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 블록체인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스마트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과 금융기관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결과적으로 탈중앙화된 방식의 블록체인이 중앙집중식 구조를 어느 정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일례로 탈중앙화금융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전통 금융 시장에 참여하지 못했던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키고, 개인간거래(P2P)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탈중앙화금융이 모든 사례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기존 금융과 공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싱가포르통화청(이하 MAS)은 지난해 자산 토큰화 및 탈중앙화금융 애플리케이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성과 무결성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가디언'출범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가디언 작업은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MAS는 탈중앙화금융을 규제하기 위해 수용 가능한 거버넌스 모델과 기술 표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현재까지 일부만이 신봉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대중화하기 위해 투기적 형태의 거래를 제한하는 방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처럼 가상자산 레버리지 거래를 지속해서 제한하는 방향은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자 접근에는 장애물로 작용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업계에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더 많은 사람에게 블록체인 기술 이점을 제공하고,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은 최종 판결과 관계없이 가상자산 산업 전반과 미국 내 혁신을 목표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명확한 규칙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는 상황은 소비자, 시장, 가상자산 혁신에 방해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흐름대로라면 명확한 규제가 있는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국가보다 혁신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현재까지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는 아태지역을 꼽았다. 미국과 다르게 아태지역은 제도적으로 규제가 포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여전히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리플이 이 지역에서 보다 포용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라훌 총괄은 "올해는 규제 명확성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업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크립토윈터 환경에 주저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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