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SK하이닉스 '새옹지마'…투자 못해도 캐파 공백 '쓱싹'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청주·다롄 생산기지 구축 속도 늦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SK하이닉스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자를 줄이거나 늦추면서 대응 중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미국의 중국 제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연 등에 따른 ‘생산능력(캐파) 공백’이 ‘느린 증설’로 메워지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착공한 충북 청주 M15X(eXetension) 팹 설립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3년 시설투자액(CAPEX) 규모를 전년(약 19조원)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조치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과정에서 확보한 중국 다롄 팹 신규라인 양산 시기도 지연될 전망이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5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 완공 이후 본격적인 장비 반입을 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SK하이닉스 투자 전략에 따라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전반적인 공장 로드맵에 대해 “업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4분기 적자 전환(영업손실 1조7000억원)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도 조단위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 전기대비 영업손실이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메모리 고객과 제조사 재고가 여전히 상당량 쌓여있고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2분기도 흑자로 돌아서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상황이 악화하면서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1조97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는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인건비 충당, 원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반등이 어려운 만큼 SK하이닉스는 앞에서 언급한 팹들을 세우는데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청주 M17 팹 신규 투자를 보류한 바 있다.

결과론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첫 번째 팹 착공 일정이 수년 밀린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여파로 투자가 제한적인 중국 우시 공장도 유사한 양상을 띤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 M10(D램 및 이미지센서) M14(D램 및 낸드) M16(D램) ▲청주 M11(낸드) M12(낸드) M15(낸드) ▲우시 C2(D램) C2F(D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M15는 4분의 1(상부층 일부), M16은 절반(상부층) 공간이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2곳을 채우고 이후 M15X, M17, 용인 팹 등을 순차적으로 마련하면 미래 수요 대비를 위한 캐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마 M15X 설비 반입 등 일정이 구체화할 전망”이라며 “결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이 도래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로서도 다양한 증설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 반도체 투자는 물론 판매까지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실화하면 핵심 시장 중 하나를 잃게 돼 사업상 차질이 크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