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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인력 없어도 캐파 늘려 막았는데… 美 칩스법 中 공장 ‘풍전등화’ [소부장반

김문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무소속) 주최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디지털데일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무소속) 주최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미국이 내놓은 칩스법 가드레일 조항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이 어려울 전망이다. D램의 경우 우회 기술은 확보했지만 관련 장비 공급이 쉽지 않다. 규제 완화 또는 유예 조치 연장에 매달려야 하는 상태라는 진단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무소속) 주최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 자리에서 ‘중국 내 한국 메모리 산업에 대한 미국 칩스법의 가드레일 조항의 영향’을 주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 어려움에 대해 진단했다.

황철성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메모리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으나 기술 개발이 뒤쳐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D램 분야 1위지만 마이크론 대비 엔지니어 숫자는 절반뿐이며, SK하이닉스의 1.5배 정도 수준”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투자를 통한 생산규모 확대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점유율 확보가 향후 어려울 수 있다는데 있다. 미국이 내놓은 칩스법의 가드레일 조항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 조항을 공개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보조금 수령 시 향후 10년간 중국, 러시아 등 위험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조항은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로 생산능력이 제한되며, 10만달러 이상의 거래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레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와 낸드 20%를 중국에서 생산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에 33조원을, SK하이닉스는 D램인 우시와 낸드플래시 다롄 등에 35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스법에 해당되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이같은 규모의 중국 내 생산능력이 제한되는 셈이다.

황 교수는 이같은 생산능력 제한이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 제고 달성에 따른 점유율 확보를 위한 생산능력 확대를 직격하는 처사라 설명했다.

그는 “웨이퍼 한장에 약 2000여개의 범용 반도체가 생산되는데, 4GB D램이나 16GB D램이든지 하나의 웨이퍼에 생산되는 양이 같고 또 생산가격도 동일하다”라며, “하지만 갯수가 같고 생산가격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집적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생산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4GB 대비 16GB 생산장비가 더 비싼데, 가격이 동일하다면 그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 대안으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웨이퍼를 더 투입해 생산량을 증가시켜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에 따르면 10년간 통계에 비춰봤을 때 D램은 연간 5%, 낸드플래시는 연간 8%씩 생산량이 늘어났다. 10년 후 낸드플래시는 220%, D램은 63% 생산량 증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칩스법 가드레일의 영향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웨이퍼 투입량은 10년간 5%밖에 늘릴 수 없다. 결과적으로 생산량을 높이지 못한다는 의미는 손실을 메울 수 없다는 의미이며, 결과적으로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추정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황 교수는 “잘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총 생산량을 웨이퍼 투입 비중으로 계산한다”라며, “현재 웨이퍼 한장당 생산할 수 있는 2000개 수량을 4000개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게 된다면 웨이퍼 투입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10년내 생산량은 현재 대비 2배로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같은 낸드 적층 기술이 국내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교수는 “(이 기술이) 시안에 들어가면 현재 낸드 생산량에 해당하는 웨이퍼를 절반으로 줄일 수는 있으나 최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최신 장비 도입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첨단장비 중국 수출을 막고 있기 때문에 실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D램은 더 심각하다. 그는 “D램은 방법이 없다. 우시 D램 공장은 EUV 장비도 쓸 수 없어서 최첨단에 나아갈 수없다”라며, “우리가 칩스법 가드레일의 모든 문제를 뛰어넘는 근본적 문제는 미국이 중국 내 한국 공장에 첨단 장비 공급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며, 메모리 반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공장을 어떻게든 질서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 첨단산업을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가에 있다”고 당부했다.

이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 연장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와 관련해 중국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그도 오는 10월 종료된다. 중국 공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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