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 시장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대안신용평가’다. 대안신용평가는 기존의 금융 거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개인 신용평가에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 등 개인의 생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들이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금융당국이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과 중저신용대출 확대가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라고 말하는 등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과 기업의 ESG와 맞물려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안신용평가의 첫 시작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렌도(Lenddo)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 및 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그동안 사용되지 못한 비금융 데이터에 의미를 찾아내고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력 중 하나다.
대안신용평가라는 장르를 개척한 렌도에서 독점적인 알고리듬을 개발한 나빈 아그니호트리(Naveen Agnihotri) 박사가 국내 첫 대안신용평가사 라이선스를 받은 크레파스솔루션에 합류했다. 직함은 연구개발 총괄(R&D Head)로 이른바 대안신용평가의 원조가 국내기업에 뿌리를 내린 셈이다.
나빈 박사는 크레파스 합류 이유에 대해 “렌도가 2010년 출범할 때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개인의 소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도입해보자는 아이디어를 투자자들에게 설득시키는게 쉽지 않았다. 힘든 여정을 겪으며 사업 파트너가 탄력적이고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재미도 있었다. 크레파스 역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돌파하려는 노력이 보였고 이러한 노력이 한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트너들과 함께 생태계를 만들려는 의지가 보였다”며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그는 크레파스만의 대안신용평가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 등을 진행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나라를 대상으로 한 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을 만들었던 그에게 한국만의 특징이 있냐고 물었다. 대답은 흥미로웠다. “나라마다 다른 알고리즘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은 동일한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빈 박사는 “렌도에서 23개 국가의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면서 나조차 나라마다 패턴이 다를 것이라 보고 한국, 일본, 인도 등 모든 국가에 대해 새로운 방법론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계의 젊은이들은 상당히 비슷하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가지고 삶을 살고 있다. 30년 전에는 이러한 데이터를 찾아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는 도구가 다양해졌으며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젊은이들에 대한 훨씬 더 풍부한 평가를 내릴 수 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나라별 젊은층들의 생활패턴의 차이보다 오히려 한 나라의 젊은층과 노년층의 생활패턴, 비금융데이터의 차이가 더 크다”며 이러한 간극을 메꾸고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대안신용평가는 비금융데이터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의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했다.
이에 나빈 박사는 “대한 신용평가라고 하면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사용 패턴 등 디지털 발자국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라이프 풋 프린트(삶의 발자국)’, 즉 살아가는 동안의 모든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노년층이 대출을 받은 적이 없어서 신용 조회 기관에 기록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공과금은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지, 전기세, 가스비, 난방비 등을 지불하고 버스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패턴 데이터에 기반해 신용평가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대안신용평가를 자처하는 신용평가사 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크레파스가 가지고 있는 강점에 대해 “크레파스가 구축하고자 하는 데이터 유형의 폭이 넓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통신사 데이터만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통신사, 유틸리티, 결제, 모바일 데이터 등 모든 데이터를 사용해 하나의 유니버설 크레딧 밴드로 결합하려 한다. 전 세계 최초로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모아 통합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곳이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