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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심커진 '테슬라 기가팩토리'… 韓 유치 가능성, 어느정도일까[DD인더스]

박기록
<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간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이 공식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미국 보스턴을 출발, 30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중 외교 및 안보 등 현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교환했고, 넷플릭스의 25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투자유치 약속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독소조항 해소와 'IRA'세부 규정 완화를 기대했던 국내 반도체업계와 자동차업계가 환호할 만한 소식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내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들에게 520억달러(한화 약 69조7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예를들면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하고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하며 ▲주요 고객, 생산장비 및 원료 등 상세한 회계자료를 제출해야한다. 여기에 중국 공장 증설 제한 요구도 수용해야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경우, 4월부터 기존 북미 전기차 제조 규정외에 배터리 제조 및 광물(원료) 가공과 조달 등을 추가로 규정한 세부 지침이 실행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자동차기업들의 더 대응이 까다로워졌다.

이로인해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든 GV70의 경우, 새로운 배터리 세부 지침에 따라 보조금 대상에서 이번에 제외된 상태다.

이와관련 ​우리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과 'IRA' 규제 완화 요구와 관련 "미국측과 실무자급 협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 일론 머스크 회동... 테슬라 기가팩토리 한국 유치 가능성은?

​이번 윤 대통령의 일정중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윤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간의 회동이다.

지난해 11월, 화상회의로 만났던 두 사람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있는 블레어하우스(영빈관)에서 약 40분간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슬라가 투자할 것을 결정한다면 입지나 인력, 세제 등 분야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특별 제작한 '코리아 포 더 넥스트 기가팩토리'를 머스크에게 건넸다. 이 소식으로 삼화전자 등 일부 테슬라 관련주들이 급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 가능성은 현재로선 과연 어느 정도될까.

물론 일론 머스크는 이번 회동에서 '한국이 최우선 후보지중 하나'라고 밝혔지만 정말로 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객관적으로보면, 한국은 그동안 거론돼왔던 기가팩토리 후보 국가들과 비교해 시장성, 입지 조건 등 몇가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미국 텍사스에 이은 제4의 기가팩토리 후보지로 멕시코를 선정했다.

멕시코가 미국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주요 회원국임과 동시에 미국 시장과의 인접성, 남미 시장과의 연계성, 저임금 구조 등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 지역의 물부족 문제로 인한 댐 건설 이슈 등이 남아있지만 멕시코 정부가 워낙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생산설비 확장 나서는 테슬라… 중국 이은 아시아지역 제2의 기가팩토리는 어디?

최근 전세계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할인에 나서고 있는 테슬라는 이를 위해 생산 설비의 확장에도 동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에 이은 제 2의 기가팩토리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테슬라는 최근 기가팩토리 생산량을 늘리기위해 2023년과 2024년 자본 지출 전망치를 70억~90억 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인 60억~80억 달러보다 평균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3300억원)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해 1분기 중국의 도시봉쇄 여파로 상하이 공장이 일시 가동 중단되는 상황까지 겪었기때문에 '중국 리스크'를 회피하는 차원에서도 아시아 지역내 안정적인 기가팩토리 후보지 확보가 중요한 현안이다.

결국, 우리로선 아시아 지역내에서 테슬라가 중국에 이은 또 다른 기가팩토리를 어느 나라에 만들 것이냐로 관심사가 좁혀진다.

이와관련 현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국가는 인도(India)와 인도네시아(Indonesia)다. 실제로 이 두 나라는 테슬라의 입장에선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을 가졌다.

◆인도 - 인도네시아 "테슬라, 전기차 팔고 싶으면 직접 들어와서 만들어라"

현재 인구수 14억2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인도는 엄청난 전기차 소비 잠재력을 앞세워 세계 완성차 업체들을 역으로 위협하고 있다.

인도 모디 총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30%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연간 300만대 가량이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이중 30%가 향후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연간 100만대의 어마 어마한 시장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모디 총리의 예상대로라면 불과 6년여 뒤의 얘기다.

관련하여 인도는 노골적인 관세 정책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인도에서 직접 전기차 공장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에서 직접 만든 전기차에겐 세제 혜택을 주고, 수입해 들여오는 전기차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인도가 가진 막강한 ‘잠재 수요’를 자국 경제성장의 프리미엄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데, 테슬라가 이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관심사다.

한편 2억5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도 막대한 광물 자원의 개발과 자국의 전기차 생산에 따른 고용창출, 관련 신사업 유치를 위해 인도와 유사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전기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세계 매장량 1위라는 프리미엄까지 앞세워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공장을 세울 것을 세계 전기차 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2022.5월 미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사진 좌)이 일론 머스크와 만나고 있다.
2022.5월 미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사진 좌)이 일론 머스크와 만나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은 작년 5월, 미국을 방문하면서 일론 머스크를 직접 만나 테슬라에게 배터리 공장 뿐만 아니라 전기차 제조(조립) 시설도 인도네시아에 건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이 단순히 천연 자원을 활용해 배터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전기차 제조산업의 메카로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인도네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니켈' 수출세(Export tax)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출되는 니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직접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를 제조하거나 전기차를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전기차 가격의 5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를 가진 인도네시아 앞에 테슬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정학적 안정성, 입지여건, 국제 물류비용 변동성도 중요한 고려사항

최근 몇년간 미-중 갈등속에 주목받고 있는 대만 해협의 사태에서 보듯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교란을 일으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국제 물류 비용이 급등함으로써 수익 관리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국제 물류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그만큼 전기차 가격의 변동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테슬라의 입장에선 이처럼 국제 물류비용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위해 가급적 '주된 소비시장'에 직접 생산시설을 짓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앞서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통해 만든 일부 차량이 유럽, 아시아, 호주 지역 등으로 수출을 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국제 물류비용에 대한 추가 부담없이 중국 내수 시장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기위한 차원이다.

결국 전기차 소비시장 규모만을 놓고 봤을때, 인구수와 비례하는 소비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은 두 나라에 비해 잠재 경쟁력에서 열세다.

또한 이들 나라에 비해 자원 부국도 아니고 토지 비용이나 환경 규제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도 기가팩토리 유력 후보지는 아니다.

결국 우리로서는 세제 지원, 기술 및 우수한 인력지원 외에 테슬라가 매력을 느낄만한 강력한 또 다른 메리트를 제시해야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테슬라가 한국에 기가팩토리를 짓는다해도 고용유발 효과 등이 미미하면 크게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가팩토리의 유치에 너무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최근 스마트 팩토리의 발전으로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속속 대체하면서 사람없는 공장이 늘어나고 있고, 오히려 운영효율성을 위해 전기차 공장 인근에 설립되는 배터리 공장 등으로 환경 문제 이슈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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