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1만4천쌍에게 꿈을 준 ‘신신예식장 백남삼 대표’ 영면 [e라이프]

오현지

[디지털데일리] 무려 1만4000쌍의 신혼부부에게 꿈같은 무료 결혼식을 열어 준 우리 시대의 의인, 신신예식장 백남삼 대표가 93세의 나이로 지난 28일 별세했다.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해 학업에 정진했던 백 대표는 갑자기 기울어진 가정 형편 때문에 졸업을 1년 앞두고 자퇴해야 했다. 이후 길거리 사진사로 활동하면서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가정을 꾸렸다.

1967년 과거의 자신처럼 힘든 처지에 놓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신신예식장’을 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55년 동안 무려 1만4천쌍의 부부가 ‘신신예식장’에서 무료로 결혼식을 올렸다.

백 대표는 공간 사용료, 웨딩드레스, 액세서리, 신랑 예복 대여료 및 메이크업 비용 등을 받지 않고 결혼식을 올려주고 자신이 직접 주례와 사진 촬영을 맡았다. 한국 주례 최대 기록 보유자로 알려져 있으며 하루에 최대 17쌍의 결혼식 주례를 본 적도 있다.

이러한 그의 업적은 널리 알려져 2019년 헌신적인 사회봉사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고, 2021년 LG의인상을 받았다.

백 대표는 LG의인상 수상 소감을 통해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진관을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예식장을 차리게 됐다”며 “100살까지만 예식장을 운영하고 전국일주를 하면서 이곳에서 결혼한 신랑신부가 잘 살고 있는지 일일이 찾아가보고 싶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4월 백남삼 대표는 과로로 쓰러졌다. 병명은 ‘뇌출혈’이었고 1년여의 투병 생활 끝에 우리 곁을 떠났다. 아내 최필순 씨는 “많이 아프지 않고 주무시듯이 가셨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아들과 함께 신신예식장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인이 받은 ‘LG 의인상’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따라 제정됐다.
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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