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 chatGPT를 이용한 각종 작품 만들기가 유행하고 있다. chatGPT에 몇 가지의 명령어만 입력하면 전문가 수준에 버금가는 놀라운 작품이 탄생한다. 사진, 그림, 소설, 시, 논문, 음악 등 GhatGPT의 작품영역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사람이 AI가 쓴 소설을 읽고, AI가 그린 그림이 상을 타는 세상이다.
이렇게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를 생성 AI 또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라고 부른다. 생성 AI는 입력된 명령어에 맞추어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학습된 기존 콘텐츠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통계적 추론에 의해 새롭게 해석한 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생성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 현행 저작권법 상 AI에 대한 저작권 인정은 어려워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조 제2호). 판례는 “창작물이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을 말하고, 여기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은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라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저작권법 상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것만을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는 이상, 기계 또는 소프트웨어에 불과한 AI가 저작자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2022년 2월 미국에서는 AI가 그린 미술 작품에 대해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물 등록을 반려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판례는 ‘누가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 밖에 없는 표현’은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창작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는데, 동일한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경우 동일한 명령어에 대해서 같은 결과를 내놓을 것이므로, 누가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 밖에 없는 표현에 해당하여 창작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같냐 다르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으로 그것에 창조적인 개성이 관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 AI에 대해 독자적인 법인격이 인정될지 여부는 불투명
AI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해 독자적인 법인격을 부여하여 권리를 귀속시키자는 일부 주장도 있다. AI에 법인격이 부여된다면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은 AI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사람이 아닌 법인에 대해서도 업무상 저작물 등의 법리를 통해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다.
AI에 법인격이 인정되면 AI가 만든 작품에 대한 이익은 AI에게 귀속되고, AI가 직접 저작권침해를 주장할 수도 있게 된다. AI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민사적인 책임은 AI의 책임재산 한도 내에서 지게 되며, 형사적으로는 징역형은 어렵고 벌금형만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법인격이 부여된 AI의 책임재산 한도 내에서만 민사책임을 진다는 사실, AI 자체에 벌금형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AI가 범죄의 회피처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이 AI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순간 각종 부작용과 오남용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AI에 대한 법인격 부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인정될까
이처럼 AI가 저작권을 가지지 못한다면 AI가 생성한 작품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지는 것일까. AI가 만든 작품은 ㉠ AI가 만든 작품 그 자체와 ㉡AI가 만든 작품에 인간이 추가적으로 창작적인 요소를 가미한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AI가 만든 작품에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AI를 만든 개발사와 AI를 이용해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게 권리가 인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AI개발사는 AI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한자, AI 학습 데이터를 세팅한자 등이며, AI 서비스 제공자는 AI를 상품화하여 이용자들에게 제공한 자이다.
2022년 카카오브레인은 모델인 시아(SIA)가 쓴 시를 모은 시집을 발간하면서 AI를 개발한 카카오브레인과 AI에 데이터를 학습시킨 미디어아트그룹 슬릿스코프가 공동소유권을 가지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AI가 만든 작품에 대하여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카카오브레인과 슬릿스코프가 가지는 권리는 저작권은 아니다. 다만 AI가 쓴 시집의 내용을 부정경쟁방지법 상 성과물(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로 보아 무단 도용자에 대해 성과물 무단이용행위로 인한 부정경쟁행위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AI가 만든 작품에 인간이 추가적으로 창작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든 경우라면, 창작적인 요소를 가미한 사람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를 창작의 보충적인 도구로 이용한 후 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반영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에는 2차적 저작물이라는 개념이 있다. 판례는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수정·증감이 가해지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문저작물인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이를 요약한 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새로운 저작물이 된 경우에는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기초로 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새로운 저작물을 만든다면, 새로이 만들어진 별개의 독립적인 저작물에 대해서는 해당 작품에 변형을 가한 그 사람이 저작권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즉, 아무런 가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AI 작품은 AI 개발사 또는 서비스사에 권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추가적인 창작적 요소가 가미되고 AI가 최초 생성한 작품과 실질적 유사성이 없는 경우 AI 이용자에 권리가 인정될 수 있다.
위와 같이 AI가 생성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귀속 논의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AI 개발자, AI 서비스제공자, AI 이용자 모두 확립되지 않은 기준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AI에 대해 법인격을 인정하여 AI 자체에 저작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현재로서는 요원해보인다. 저작권법 등 관련 법령에 특칙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응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