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 커지는 적자에 “이제는 못버텨”··· 클라우드 外 사업 철수?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카카오그룹 계열사로 정보기술(IT) 서비스 및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CSP)을 이어가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만 남겨둔 채 기타 사업에서는 철수한다.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백상엽 대표가 사임했고 이경진 클라우드부문장이 새 대표를 맡아 조직을 이끈다는 소식이다. 그는 조직이 정상화될 때까지 6개월간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매출액 1633억원, 영업적자 1405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쌓인 누적 결손금만 2974억원이다. 매출이 곧 적자인 수준이다.
과도하게 많은 인력을 채용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기준 임직원 1176명으로 국내 CSP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했다. 950명인 네이버클라우드보다도 많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코로나19 이후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때 국내 IT 기업들의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그러나 채용한 인력을 이용한 사업 계획은 미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공공 클라우드 사업 수주전에서 네이버·NHN·KT 등에 밀려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2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 중 절반가량인 813억원은 카카오그룹 등 특수관계자를 통해 발생했다.
2022년10월15일 경기도 성남시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가 재해복구(DR) 시스템 미비로 신뢰를 잃은 것도 치명적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서비스는 DR을 통해 가용성을 유지했지만 모기업인 카카오의 서비스가 마비됨에 따라 연계된 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웠던 점 등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산 CSP의 공공 시장 진입을 가능케 하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개편도 이뤄졌다. 연초 국회 간담회 당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CSAP 개편을 반대하며 “제발 좀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에 임원들이 다 사표를 썼다고 하더라. 다년간 성과를 보이지 못했는데, 어떤 형태로든 변화는 불가피했다”며 “지금 조직 인력 중 40% 정도는 AI 인력이라고 하던데, 이참에 클라우드나 AI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사명 변경, 별도 법인 설립 등 여러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측은 “사업 개편과 관련 구체적인 내용, 방식은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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