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콘텐츠 열풍은 영원하지 않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넷플릭스의 투자 결정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장기적으로 넷플릭스가 국내 주요 콘텐츠 제작기반을 독점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에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대표는 향후 4년 동안 국내 콘텐츠 산업에 향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단기적으로 넷플릭스의 투자 소식은 업계에 호재다.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콘텐츠 투자비가 크게 꺾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23년 전세계 콘텐츠 지출은 올해는 전년 대비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넷플릭스의 투자기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보인다.
넷플릭스는 과거 주주들에 보낸 서한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의 성장의 대부분은 미국 밖에서 올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 훌륭한 스토리든 장소불문 만들어지고 어디서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며 자신들의 투자기조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넷플릭스는 설립된 이래 매해 새로운 국가에서,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기조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체로 대다수의 국가에서 비슷한 수의 오리지널 작품을 생산하던 넷플릭스가 최근 직전해 큰 성공을 거뒀던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작비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년 동안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오리지널 작품(*시리즈와 영화만 포함)을 제작한 국가를 살펴보면 인도, 한국, 스페인, 독일, 멕시코, 영국, 튀르키예 등이 TOP5에 올랐다. 유럽연합(EU)이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의 필수 투자 비율을 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도 ▲멕시코 ▲한국 등에서 가장 많은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한 셈이다.
여기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두 가진데, 한국의 상승과 멕시코의 하락이다.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넷플릭스의 멕시코 오리지널 작품은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한국 오리지널 작품은 크게 늘었다. 킹덤과 스위트홈를 통해 한국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던 해다.
아직 ‘오징어게임’과 같은 성과를 거둔 콘텐츠는 전무한다. 하지만 해외 국가들의 콘텐츠 경쟁력이 한국을 앞서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언제든지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실제 해외 국가들의 콘텐츠 경쟁력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1년 4분기 제작한 덴마크 오리지널 ‘더 체스트넛 맨(The Chestnut Man)’이 히트를 친 이듬해 바로 덴마크 오리지널 작품 수를 늘렸다. 그 결과 영화 러빙 어덜츠(Loving Adults)이 연이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인도도 주목받고 있는 국가다. 2021년엔 슈퍼 히어로 영화 ‘민날 무랄리(Minnal Murali)’, 2022년엔 가정 폭력 문제를 풍자한 다크 코미디 ’달링스(Darlings)‘로 연이어 히트를 쳤다. 특히 K콘텐츠와 마찬가지로 ‘가성비‘가 인도 콘텐츠의 강점이다. 제작비는 오히려 더 저렴하다. 콘텐츠 경쟁력만 입증된다면 K콘텐츠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K콘텐츠의 경쟁력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 국내 콘텐츠 시장에 대한 넷플릭스가 투자가 줄어들 상황에 대해 준비가 됐는가.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기반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선택에 기뻐할 것이 아닌, 취약한 산업을 탄탄히해 미래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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