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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2R]⑳ 대가지급? 무정산? 어떤 ‘합의’가 먼저일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 합의가 없으면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반대다. 대가 지급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넷플릭스)

“넷플릭스는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 합의를 주장한 적도, 그렇게 해석되는 어떤 행위도 한 적 없다.”(SK브로드밴드)

지난 15일 열린 넷플릭스 대 SK브로드밴드간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 9차 변론에서는 망이용대가에 대한 양측 합의 여부를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됐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모두 양사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있어서는 공감했으나, 넷플릭스의 경우 “망이용대가를 지급하라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 즉 망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 망에 연결할 때 ‘정산’이 기본인지, ‘무정산’이 기본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망 연결 행위는 정산이 원칙일까?

넷플릭스 변호인은 이날 변론에서 “대가를 지급하는 피어링(Peering·동등접속)이 일부 존재하지만 이는 대가 지급 합의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주장했다. 피어링은 트랜짓(Transit·중계접속)과 함께 사업자간 트래픽을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한 변호인은 PCH(Packet Clearing House) 시장조사 수치를 제시하며, “2021년 조사에 따르면 1200만여개 피어링 중 57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대가 없이 무정산을 한다”며 “그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피어링은 300여개이고 나머지 99.998%는 계약서 작성조차 없이 무정산 피어링을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피어링 대가를 지급받으려면 대가 지급에 관한 합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대가 지급 합의가 없었다는 점은 SK브로드밴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SK브로드밴드는 대가를 지급받을 근거가 없다”고 했다.

요컨대 피어링 연결의 기본은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이 원칙이며, 설령 정산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양측의 합의가 전제돼 있는 일부 사례일 뿐이라는 게 넷플릭스 주장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이용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으므로 기본 원칙에 따라 무정산이 맞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친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국내법인 전기통신사업법상 고시로 규정한 상호접속기준은 ‘상호 정산’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넷플릭스는 양측이 서로 얻은 이익이 동등하다면 정산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상호접속기준은 명백히 트래픽을 기준으로 정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대가를 지급해야 함을 주장했다.

상호접속기준이 ISP간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넷플릭스 측 주장도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ISP 사이에서도 상호 정산이 원칙인데 하물며 더 많은 비대칭적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CP가 무정산이 원칙일 수 없다”며 “ISP 사이에서도 트래픽 비대칭이 발생하면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킨 쪽이 대가를 지급한다. 이보다 현저히 트래픽이 많은 CP는 당연히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어느 당사자가 일방 행위 했는데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 끝까지 합의하지 않고 남의 재산을 무상 이용하는 경우에도 (단지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영원히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지, 말이 안되는 논리다”라고 강변했다.

즉, 국내법상으로도 CP가 ISP에 정산하는 것이 기본이며 따라서 별도로 무정산 합의를 하지 않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쟁점에 따라 재판부는 인터넷 시장의 트래픽 교환 행위에 대한 기본 원칙으로 어느 쪽 주장을 받아들일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측이 주장하는 ‘합의’ 가운데 어떤 합의가 우선돼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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