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⑭] 초개인화에 승부 건 커머스, AI로 도약한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고물가 장기화로 커머스 업계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들은 소비심리가 매출에 반영되는 최전선에 있다. 과거 인공지능(AI)은 커머스 업계 미래성장동력으로만 여겨져왔으나 이젠 매출 상승에 기여하는 필수 기술이 됐다. 특히 개개인마다 특성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초개인화’ 기술 고도화에 힘쓴다.
통계청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152조20억원으로 전년대비 4% 성장에 그쳤다. 이 성장세는 단기간 크게 오르기 어렵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소비 위축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생활 필수 상품군으로 눈을 돌리고 최저가에 더욱 민감해졌다.
커머스 업체들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꼽은 것은 AI 기반 ‘초개인화’다. 최근 이 기술은 이커머스 업계 중심으로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사실 개인화 서비스 자체는 오래 전부터 적용되던 기술이다. 초기엔 사용자가 자신의 성별·나이·지역 등 이미 쌓여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그쳤다. 엄밀히 개인 맞춤이라기보단 비슷한 유형 사람들을 분류해 보편적 속성을 도출, 이에 맞는 서비스를 보여주는 타깃 마케팅에 가까웠다.
초개인화 기술은 사용자 1인을 하나의 특징으로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 상황과 맥락, 취향이나 관심사까지 파악한다. AI 기술 고도화로 실시간 데이터까지 알고리즘에 반영하면서 사용자 상황과 맥락을 AI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사용자가 모바일 앱에 접속한 그 시점에 원하는 것을 제시하고, 나아가 소비자 잠재수요까지 예측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 자신도 모르던 원하는 상품을 AI가 먼저 추천해주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사용자 마음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상품을 예리하게 추천하는 건 이커머스 기업들 모두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커머스에서 강조하는 초개인화 대표적인 예는 검색과 추천이다.
네이버쇼핑은 고객 개인 선호도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에이아이템즈(AiTEMS)’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기술은 소비자 검색 및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취향에 맞춰 관심 상품을 추천해준다. 사실 AiTEMS는 네이버 메인과 쇼핑 검색·서비스 주문 등 고객이 쇼핑 경험을 하는 전 과정에 적용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마다 추천 상품을 제공하는 건 딥러닝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 네이버 AiTEMS는 먼저 수십~수십억개 상품 중 이용자 취향과 어울리는 상품 후보들을 수천개로 추려낸다. 여기에 AI 신경망 추천기술로 쇼핑 관련 이력과 상품 정보가 가진 메타 정보 관계를 분석해 추천한다.
특히 딥러닝 모델을 활용하면 텍스트·숫자·이미지 등 유형이 다른 데이터를 한 모델에서 복합적으로 학습하는 게 가능하다. 추천이 필요한 요인 가중치를 기계가 스스로 알아내고 새로운 요인을 발굴하기도 한다.
2017년 AiTEMS는 네이버 방대한 데이터와 고도화된 AI 기술력과 함께 성장했다. 그 결과 출시 5년만인 지난해엔 네이버쇼핑 전체에서 AiTEMS를 통해 소비된 상품 클릭 수는 약 10%, 상품 거래액은 8%를 차지했다.
또다른 초개인화 서비스 사례는 모바일 앱에 접속했을 때 화면을 사용자마다 다르게 구현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앱 최전면에 내세워 이탈을 막고 구매를 이끌어낸다.
최근 G마켓은 개별 고객 최근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모바일 홈을 구현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이 최근 구입했거나 살펴본 상품, 검색 빈도, 상품페이지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달 진행한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도 G마켓은 초개인화 기술을 적용했다.
개인 관심사에 맞는 특가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최대 혜택가격을 자동으로 계산해 알려준 것. 특히 ‘슈퍼딜’ 영역에선 기존에 G마켓 추천 상품을 코너 상단에 배치했지만, 이번엔 고객 관심도가 높은 상품을 우선순위로 정렬했다. 빅스마일데이 행사 첫날 거래액은 지난해 5월 행사 첫날 대비 46% 늘었다.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데이터 앤 디스커버리’ 팀을 만들었다. 검색·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해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사용자 로그 기록 기반으로 검색 의도를 파악하고 결과를 제시한다.
가령 ‘살림’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어떤 사용자에겐 청소 제품을, 어떤 사용자에겐 집들이 콘텐츠를 먼저 보여준다. 오늘의집은 개인 취향을 자동으로 분석해 데이터화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고도화한 후, 검색 결과 클릭 비율은 20%, 1인당 검색 이용 횟수는 13%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초개인화 기술은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1대1 마케팅이 가능해지도록 지원한다. 기업 입장에선 불필요한 광고를 줄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쇼핑 편의성을 제공해 브랜드를 향한 고객 경험을 개선시킬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시간을 간소화하고 맞춤 혜택을 받는다는 만족도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초개인화 기술은 큰 강점은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구매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며 “개개인 사용자에게 얼마나 정교하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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